음주손실비용

술은 왜 마시는 것일까, 그냥 마시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나눠 기분이 좋아서 마실 때가 있고 기분이 언짢아 마실 때가 있다.

알코올에 의한 인간의 정서 반응은 묘하다. 기분이 좋아 마시는 술은 흥을 북돋아주고 언짢아 마신 술은 언짢음을 마비케 한다. (술 주정이나 행패의 주벽은 잘못된 버릇이므로 별개의 문제다) 술은 그래서 마시는 것 같다.

그런데 술이 과하면 뒤탈이 있다. 연세대보건대학원이 분석한 ‘음주경제손실비용’이라는 게 흥미롭다. 음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생산성 감소 ▲생산인력 손실 ▲주류소비 ▲질병치료 ▲재산피해 ▲각종 행정비용 등으로 분류했다. 이를 통틀어 지난 2003년 한 해동안 음주로 인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손실비용이 24조2천719억원이라는 것이다. 이는 또 국내 총생산(GDP)의 3.33%로 일본 1.9%, 프랑스 1.42%, 캐나다 1.09%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조사 내용은 예컨대 질병치료는 음주관련의 25개 질병 치료비, 숙취로 인한 생산성 감소, 조기 사망에 따른 생산인력 손실, 음주관련의 교통 및 화재사고로 인한 재산피해 등이다. 한 마디로 한국인은 술값도 술값이지만 술로 인한 뒤탈 손실이 세계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 분석에 의하면 술값 자체는 4조2천579억원인 데 경제손실비용은 24조2천719억원인 것이다.

문제는 2000년엔 손실비용이 14조9천352억원이던 게 9조3천367억원(62.5%)이나 는데 있다. 술 먹는 사람이 그토록 늘어난 것도 아니다. 연구팀은 ‘음주인구는 3년동안 큰 변화가 없는데 음주횟수(음주량)가 늘었다’고 밝혔다. 주 1회 이상 음주인구가 28.8%에서 43.6%, 날마다 마시는 인구도 30대 남성은 0.07%에서 0.08%, 40대 남성은 0.13%에서 0.20%로 늘었다. 이 추세로 미루어 봐 2004년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일까, 기분이 좋아서 마시기보단 기분이 언짢아 마시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다. 그렇긴 해도 지나친 음주는 삼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된다. 경제적 손실비용이 너무 엄청나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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