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

광역단체장 소환엔 유권자의 10%, 기초단체장은 15%, 지방의원은 20% 이상의 찬성으로 주민소환투표를 발의할 수 있다. 소환은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 투표에 과반수 찬성으로 정한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한 주민소환제법안의 골자다. 발의 요건이 10%·15%·20%이면 너무 많아 사실상 불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적어 남용될 우려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공청회 한 번을 안 거쳤다. 유권자의 30% 투표로 소환 여부를 정하는 것이 전체 의사로 볼 수 있는지의 대표성 여하에 대한 공론 한 번을 듣지 않았다. 주먹구구식 책상머리 법안이다.

더욱 가소로운 것은 주민소환 대상에서 국회의원은 제외한 점이다. 임기 중 부적절한 행위가 있으면 유권자가 투표로 해임을 결정하는 것이 주민소환제다.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무척 조심스레 접근해야 할 문제다. 그래도 주민소환제는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다 같은 선거직이면서 국회의원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자기네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집단이기다. 잘은 몰라도 소환대상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게만 있고 국회의원은 없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인 자신들에게 불리한 건 빼놓는 입법은 몰염치한 처사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회의원님’들의 형편없는 윤리성이다.

근래 일본의 지바현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호스티스 출신의 20대 여성이 도쿄대학을 나온 통산성 관료 출신을 제치고 당선되어 화제가 됐다. 민주당 오타 후보는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합공천인 사이토 후보에게 밀리다가 호스티스 경력까지 폭로당해 완전히 코너에 몰렸으나, 그녀는 “그렇다! 나는 땅 바닥을 기면서 살아온 여자다”라고 솔직히 시인하고 나서 분발했다. 오타가 대역전극을 벌여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정직성에 대한 동정표였다. 이탈리아에선 지식층에 대한 반발로 포르노 여배우를 국회의원에 당선시킨 적이 있다.

대한민국 국회는 너무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윤리성이 낮아도 너무 낮다. 이러다간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보다 이력은 별 볼일 없어도 정직한 서민출신의 국회의원이 나올 법도 하다. 잘 난 사람의 농간이 못 난 사람의 농간보다 해악이 더 심한데가 국회란 곳이다./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