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예방대책

흔히 ‘거세(去勢)’는 남성의 음경이나 고환을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궁에서 왕의 시중을 드는 내시(환관)를 만들거나 죄인을 처벌하는 형벌로 거세술을 사용했다. 정자와 발기를 동시에 없애는 잔혹한 벌이다. 고환은 정자뿐 아니라 성욕과 관계된 테스토스테론, 옥시토신 등 호르몬을 분비한다. 특히 테스토스테론은 주로 고환에서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으로 남성은 물론 여성의 성욕을 관장한다. 여성에게서도 일부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만 테스토스테론이 많아지면 성욕이 왕성해진다고 한다. 만일 고환이 제거되면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에 피부나 목소리, 성격도 여성처럼 바뀐다.

최근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성폭행사건의 재범률을 줄이기 위해 성폭행범의 ‘그것’을 거세하자는 강경론이 대두되는 것은 그만큼 성폭행범죄가 사회적·윤리적으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성범죄자들의 재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장치로 성욕을 감퇴시키는 화학물질을 주사하자는 ‘화학적 거세’ 주장도 나온다. 몸에 화학물질을 주입해 성욕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자는 방법이다.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차단하는 약물이나 에스트로다이올과 같은 여성호르몬이 들어오면 성 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들며 성욕도 감퇴한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아동 성폭행범에게 1주일에 한 번씩 ‘데포프로베라’라는 여성호르몬 복합물을 주사한다. 원래 여성 피임약으로 개발됐지만 남성에게 주사하면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낮춰 주기 때문에 성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몸에 손을 대지 않고 ‘현대판 내시’를 만드는 형벌인 셈이다.

좀 더 근원적으로 성욕을 억제시키기 위해 뇌의 성욕담당 부위를 잘라내자는 ‘섬뜩한’ 발상이 제기된 적도 있다.

뇌의 시상하부는 고환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자극하는 물질(세로토닌)을 만들어낸다. 또 자체적으로도 여러 종류의 성욕 관련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 호르몬 주사를 맞거나 고환 제거 수술을 받은 100명의 성범죄 전과자들과 거세술을 받지 않은 집단의 35명을 비교한 연구 결과가 독일에서 나왔는데, 거세 수술을 받은 집단의 성범죄 재범률은 3%에 그친 반면, 그냥 놔둔 성범죄 가해자들은 46%가 다시 성폭행을 저질렀다. ‘거세’와 ‘화학적 거세’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성범죄 전과자들의 고견은 어떠한 지 궁금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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