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방정환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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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 반짝반짝 정답게 지내이더니 / 웬일인지 별하나 보이지 않고 / 남은 별만 둘이서 눈물 흘린다” 1999년 7차 교육과정 개편 전까지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렸던 소파 방정환(1899~1931) 선생이 작사한 동요 ‘형제 별’이다. 작곡자는 정순철이다.

‘형제 별’은 지금도 소파가 작사한 한국창작동요 효시로 소개되고 있는데 이 동요가 일본 음악가 나리타 다메소오(1893~1945)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서지학자 서웅렬씨가 보관해 온 잡지 ‘부인(婦人)’ 4호(1922년 9월치)에 소파도 스스로 나리타의 작품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소파가 나리타의 작품을 번역해서 소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파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어린이’라는 말을 실제로 처음 쓴 사람은 육당 최남선(1890~1957)이라는 증거도 제시됐다. ‘어린이’라는 말은 육당이 잡지 ‘소년’ 창간호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그러나 소파가 1920년대 이후에 ‘어린이’라는 말을 널리 펴서 생활용어가 되게 했는데, 이것이 처음 만든 사람으로 후대에 잘못 전해졌다는 얘기다.

소파는 일상생활에서 어린이들에게 경어를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문인협회 기관지 ‘월간문학’ 5월호에 실린 아동문학가 신현득씨의 논문 ‘방정환 바로 알기’에 나오는 이런 주장이 좀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증거가 있어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파는 만 32세의 짧은 생애에 어린이들이 존중받도록 각종 운동을 펼쳤으며, 이를 위해 여러 잡지를 만들고 수 많은 장르에서 글을 썼던 문호이자 위대한 활동가였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동안 연구해 온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소파 방정환 선생의 위대성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잘못 알려진 사실은 바로 잡는 것이 위인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태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신현득씨의 설명은 맞는 말이다. 여러 문헌 증거로 볼 때 ‘어린이 날’ 제정을 처음 발의한 사람은 소파이지만 1922년 천도교 소년회가 ‘어린이 날’을 선포할 당시 소파는 일본 유학 중이어서 국내에 없었다. 그래서 ‘어린이 날’ 제정은 소파 단독이 아닌 천도교 소년회 지도위원들의 합작품으로 보는 모양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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