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열풍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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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어느 무엇보다 탁월한 무기이며 원자폭탄보다 무섭다”고 작가 게오르규가 그의 작품 ‘대학살자’에서 말했다. 언어의 힘은 총칼에서 나오는 군사력보다 강력하다. 세계화와 지식정보화 시대라는 21세기엔 더더욱 언어의 힘이 막강해진다. 언어 자체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문화자원이기 때문이다. 국력이 클수록 그 나라 말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고, 어떤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나라 국력이 커가게 마련이다.

오늘날 지구촌이 쓰는 언어는 대략 4천~5천개로 이 중 사용자가 100만명 넘는 언어가 148개, 10만명 이상인 언어가 396개라고 한다. 사용 인구에서 1위는 단연 중국어다. 세계 60억 인구의 5분의 1 가량이 쓴다. 2위는 모국어와 공영어 사용자를 합쳐 8억~10억명에 이르는 영어다. 한국어는 남북한 인구가 7천500여만명이라면 13~15위권이다. 우리 교역규모가 세계 12위, 경제규모(GDP) 11위인 것을 생각하면 ‘언어국력’이 경제력과 거의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7일부터 10일까지 국빈 방문한 몽골에 한국어 배우기가 한창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력이 그만큼 신장했다는 증거다. 몽골 국립대, 울란바토르대 등 12개 대학이 한국학 또는 한국어과를 개설했다고 한다. 울란바토르대는 목사인 윤순재 총장이 1993년 몽골에 세운 ‘한국어학당’이 발전한 것으로, 2002년 종합대로 승격됐고 현재 16개 학과 1천6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몽골에서 한국어 또는 한국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수가 2천500여명, 한국 체류자까지 합치면 한국말을 할 수 있는 몽골인은 수만명에 이른다.

노 대통령이 8일 울란바토르 대학에서 한국학 및 한국어를 전공하는 몽골 학생들을 만나 ‘자유와 평화의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강조했다. 해외순방 중 현지인들과 통역없이 한국말로 장시간 대화하기는 처음인데 몽골 학생들은 유창한 한국말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서 노 대통령은 “(몽골 학생들이) 한국말과 문화를 배우는데, 한국말 배우는 것이 손해가지 않도록 , 반드시 좋은 기회가 되도록 국가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격려했다. 1231년부터 1258년까지 28년 동안 7차례에 걸쳐 고려를 침입, 고려인들이 국운을 걸고 대몽항전을 펼치게 했던 몽골이 지금은 국익차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역사는 이렇게 흐른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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