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면제 수단으로 과거에는 신체를 훼손하는 외과적 수법을 많이 썼다.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에는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검지손가락 끝마디를 잘랐다. 1960년대는 ‘석회가루 마시기’가 유행했다. 결핵환자처럼 X레이 사진이 하얗게 나와 한때 유행했다. 1970년대의 ‘쇳가루 바르기’는 신체검사 전 가슴부위에 쇳가루를 바르면 X레이 폐 사진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나타났다.
1980년대말과 1990년대에는 스포츠선수들이 고의로 무릎연골을 제거하고 면제를 받으려 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일부러 몸에 문신을 해 병역면제를 받으려 했다.
내과질환쪽으로 병역면탈의 루트가 ‘개발’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위장 사구체신염’이 대표적인데 개인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때 소변에 단백질 성분의 약물과 피를 섞어 제출하는 수법이다. 종합병원에서는 신장내 크레아티닌 수치를 높이기 위해 다량의 커피를 물에 타서 검사를 앞두고 계속 음용하는 방법이다. 병무청 재검에서는 약물과 자신의 피가 섞인 액체를 요도에 주사로 주입, 결과를 조작함으로써 사구체신염 판정을 받고 병역을 피했다. 물론 이러한 수법을 쓴 병역 면탈자들은 2004년 적발돼 모두 사법처리됐다.
일어서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혈관미주신경성 실신’(Vasogal Syncope)이라는 희귀병이 병역 급수를 조작하는데 이용됐다는 소문이 나돌았었는데 이번엔 신검 때 혈압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검 하루 전 1.5ℓ들이 간장 한 병을 마시는 수법이다. 간장을 마신 뒤 목이 말라 많은 물을 많이 먹으면 인체특성상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신검 하루 전날 하루 종일 생활혈압계를 착용한 상태로 밤을 새워 생체리듬을 떨어뜨리고, 혈압을 측정할 때 배와 팔에 힘을 주는 방법으로 혈압을 높이는 것은 흔한 수법이다.
군의관(4급) 대신 공중보건의(5급)로 빠지려고 혈압측정 전에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약물을 복용하는가 하면, 혈압 측정 전 야한 동영상을 보면서 제자리 뛰기나 침대에 엎드려서 팔을 아래로 늘어뜨리는 수법으로 혈압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심부전 치료제인 ‘디기톡신’이나 항암제인 ‘사이클로스포린’등 혈압 상승 약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병역을 피하려고 요리조리 잔꾀를 쓰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한국땅에선 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