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브로커’

판사는 양심으로 재판한다. 증거능력의 인정 여부, 채증의 법칙, 유무죄 판단·형량의 재량 등에 영향을 미치는 자유심증주의는 곧 판사의 양심인 것이다.

재판에 필요한 사실의 인정에 관한 증거의 가치 판단을 판사의 심중에 일임하는 재판형식이 자유심증주의다. 쉽게 말해서 판사 마음대로 판단하는 법의 집행이다. 물론 판사가 마음대로 판단해도 법을 적용하는 것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법을 적용하는 것도 판사 마음이다. ‘판사는 법으로 재판하는 것이 아니라 양심으로 재판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인천의 어느 변호사가 서울서 부장판사로 있을 적에 법조 브로커에게 돈을 받아먹은 사실이 들통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전직 부장판사는 양심으로 재판한 게 아니고 돈으로 재판했던 것 같다.

그런데 죄질이 아주 고약하다. 서울 부장판사로 있으면서 인천에 있는 판사가 재판하는 사건에 잘 봐주도록 말해주겠다며 2천수백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자기가 맡은 사건도 아닌 다른 판사의 사건까지 법조 브로커 청탁을 받아 ‘판사 브로커’ 노릇까지 한 것이다.

지지대子가 법조출입할 때다. 아주 괴팍한 성격의 판사가 있었다. 친구든 누구든 외부에서 잘 봐달라고 부탁이 들어오면 판결문에 기껏 집행유예로 썼던 것도 지우고 실형을 때리는 판사였다. 한번은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 양심에 따른 판단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려고 했는데, 부탁이 들어오면 부탁받고 한 것 밖에 안되지 않느냐”며 반문하는 것이었다.

판사도 많아서 여러 질이겠지만 ‘판사 브로커’는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장 판사를 하다가 그만둔 것이 공정한 재판을 위해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판사는 ‘양심으로 재판한다’는 말을 법정에서나 집무실에서나 항상 잊어선 안된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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