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소음

5·31 지방선거의 특징 중 하나가 확성기 선거운동이다. 확성기 선거운동은 과거에도 있었다.

“아무개 군을 국회로 보냅시다!”하고 확성기로 외쳐대는 선거운동 차량이 상대 후보의 차량과 맞부딪치는 경우가 흔히 있었다. 그럼, 상대측 역시 “아무개 군을 국회로 보냅시다!!”하고 더 크게 외쳐댄다. 그 땐 국회의원 입후보자를 ‘군’(君)이라고 불렀다.

맞부딪친 길이 그래도 큰 길일 것 같으면 그러다가 비껴가는데 골목길 같으면 사정이 다르다. 서로 물러서지 않고 고성 경쟁으로 버티다가 급기야는 감정싸움이 되기 일쑤다. “(상대) 아무개 군을 국회로 보내지 말고 우리의 아무개 군을 국회로 보냅시다!!!”라는 소리가 나온다. 일이 이렇게 되면 선거운동은 그만 양측의 주먹다짐운동으로 번지곤 하였다. 선거운동꾼들은 선거운동이니까 그런다손 쳐도 이 바람에 골탕먹는 것은 소음경쟁에 시달리는 주민들이다.

엊그제 주말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각급 선거 후보자들의 확성기선거운동을 볼 수가 있었다. 네 가지 지방선거를 한꺼번에 치르는데다가 입후보자들도 많아서 확성기에 뒤섞여 쏟아져 나오는 선거운동 소리가 잡탕인 게 이건 예전의 국회의원 선거운동 확성기보다 더 엉망이다.

5·31 지방선거를 치르기까지는 앞으로 주말이 한 차례 더 끼어 확성기소음이 또 예상된다. 이에 선관위측에선 볼륨 조절을 종용한다지만 말을 잘 듣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선거운동은 교통사고 현장같은 목소리 높이기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접촉사고를 내고 큰 소릴 치는 사람이 잘하는 걸로 알지만 알고보면 그렇지도 않다. 하물며 선거는 더 말할 게 없다. 확성기 선거운동 소릴 높이는 것은 기 싸움도 아니고 과시도 아니다. 오히려 유권자들로부터 멸시당하기에 딱 알맞는 치졸한 선거운동 방법이다.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면서 유권자들을 소음 경쟁으로 괴롭혀서 되겠는가, 확성기 선거운동이 왜 되살아 났는지 모르겠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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