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은 연설할 때 카랑카랑하고 강단 있는 목소리로 국민에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박 전 대통령은 논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참모들이 써온 원고를 읽으면서 군더더기를 빼고 자신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집어넣으려 애썼다. 발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 입을 정확히 벌리려고 애썼다는 얘기도 있다.
“보통 사람, 이 사람 믿어 주세요”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어조가 잔잔해 직접 대면하는 듯한 친근감을 주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특유의 보스형 설득력과 유머감각이 연설에 묻어났다는 평을 받았다.
‘연설 고수’에 속하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참모들은 연설 때마다 초주검이 된다고 한다. 단 한 번의 연설을 위해 모두 7개의 초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이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초안을 하나 선택한다.
열린우리당 당 의장 경선에서 3등을 차지한 김두관 최고위원은 참모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이 직접 연설원고를 작성했다는데 격정적인 연설이 특징이다. 절정의 순간에는 눈을 감은 채 날개를 펴듯 양팔을 벌리며 “노무현 정신에 투표해 달라”고 외쳤다. “노무현교 전도사의 부흥회에 온 듯 하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연설이나 강연을 할 때 눈에 잘 띄는 곳에 메모지 한 장을 붙여 놓는다고 한다. 메모지엔 ‘쉽게, 짧게, 두괄식으로’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교수 출신인 손 지사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다’라는 방법을 실현한다.
우리나라 정치인에서 명연설가로는 해공(海公) 신익희(申翼熙) 선생이 거론된다. 해공은 원고를 들여다보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해공은 중간중간 호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식의 ‘틈’을 보여 청중을 편하게 만들었다.
연설 내용은 “권력자들이 거머리처럼 국민 정강이에 달라붙어 있다”(1956년 한강백사장 대통령선거 유세)는 식으로 추상 같았다. 그러나 어조는 언제나 잔잔했고 그리 흥분하지도 않았다.
‘자연스러움·솔직함·일상성· 대중성’이 대중연설의 원칙이라고 했다. 영국 격언도 ‘연설은 마음의 그림’이라고 했다. 정치인 연설의 생명은 스스로의 자연스럽고 솔직한 ‘마음’을 국민의 가슴에 가 닿을 수 있게 하느냐에 달려 있겠다. 5·31 지방선거에서 가슴에 스며드는 연설을 들었으면 좋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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