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변호인단이 구속기소되고 나서 크게 바뀐 모양이다. 검찰수사 땐 법무부 장관 대검총장 중수부장 등 굵직굵직한 검찰 출신의 거물 변호사들이었던 게 재판을 앞두고는 이번엔 판사 출신의 거물 변호사들로 변호인단 진용을 짰다는 얘기다.
피고인이 자기 방어를 위해 변호인단을 어떻게 구성하든 그건 자신의 기본적 인권이긴 하다. 그런데 법원에 보석신청을 하고 나서는 기존의 고위직 판사 출신 변호사 외에 대법관을 지낸 J·L 변호사를 보강했다는 것이다. 기왕 변호인을 선임하면서 유력하다고 보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도 인지상정이긴 하다.
그러나 돈타작하는 것 같아 보기에 떨떠름한 것은 이처럼 호화군단의 재야 법조인을 수십명씩이나 꼭 동원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검찰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 선임료가 모두 100억원일 것이라는 말이 나왔었다. 돈을 주체하기 어려울만큼 많은 재벌회장이 돈 100억원쯤은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수사나 재판은 이런 엄청난 돈을 들인 변호사들을 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령 예를 들면 재판부가 보석을 허가하고 싶어도 사회적 눈이 부담스러울 수가 있다. 적정 수의 웬만한 변호사를 댔으면 그냥 보석을 허가할 수 있는 것도, 무더기 거물 변호사 공세에 굴복하는 인상을 사회에 줄 것 같아 허가를 늦출수도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변호사 선임’을 가리켜 ‘변호사를 산다’고 했다. 변호사 선임엔 언제나 선임료, 즉 돈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란 말이 나왔다.
정 회장이 그 많은 고관 출신의 변호사들을 돈 주고 산 것이라면 그 많은 고관 출신의 변호사들은 돈에 팔렸다 할 것인지, 해석하기가 영 찜찜하지만 이래서 앞으로 재판의 추이를 더 지켜볼만 할 것 같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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