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사퇴로 항로를 잃은 당이 김근태 최고위원으로 조타수를 잡도록 가닥을 잡는 것 같더니 무산됐다. 창당된 지 3년도 안되어 바뀐 당의장이 여덟 명인데도 이 모양이다.

정동영 전 의장이 죄가 있다면 3개월 전 전당대회 때 1등으로 의장에 뽑힌 게 죄다. 그때 2등이었던 김근태 최고위원이 1등이었더라면 이번의 정동영 의장 같은 입장이 됐을 게 분명하다. 아니 이미 그때부터 지금의 사태가 올 것으로 보는 정가의 관측통이 있었다.

그런데 당이 ‘비대위’ 체제로 간다 해도 진로에 무슨 뾰족한 수가 당장 있는 것도 아니다. 적잖은 당 소속의원들은 정부의 경제 실정이 민심이반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지만 청와대측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문희상 전 당의장은 “정부 여당에 대한 국민의 탄핵”이라고 말하고, 김두관 최고위원은 “선거 참패엔 노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고도 하는 등 전례없는 직언이 쏟아졌지만 쇠 귀에 경 읽기다. 이런 가운데 김혁규 조배숙 최고위원이 사퇴하고 나서 당헌상 최고위원이 세 명이나 비어 지도부가 와해됐다.

과거 노무현 정권을 태동시킨 광주·전남지역의 민심조차 이번 선거에선 민주당으로 되돌아가 열린우리당은 맥을 추지 못했다. 행정도시다 뭐다 해가며 공 들였던 충청권에서조차 약발을 받지 못한 채 고배를 들어야 했다.

개혁을 빙자한 독선의 말잔치만 요란한 무능 정권에 들러리 노릇만 해온 결과가 오늘의 열린우리당 신세다. 한나라당이라고 뭘 잘 한 게 있는가, 이런 야당 하나 당하지 못하고 제 풀에 자멸하여 재기마저 불투명하다.

만약 열린우리당이 앞으로 분당을 하는 사태가 오게 되면 분당으로 만들어진 당의 태생적 숙명일 것이다. 예견할 수 없는 것이 인간사라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처음부터 앞 길이 뻔했다.

요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노무현 대통령 독대가 유별나게 잦은 것 같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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