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27일 처음 시작된 경기도지사 선거엔 선거 때마다 묘한 징크스가 있었다. 민선 지사를 네 번 선출한 4기(期)가 다 이랬다.
이인제 지사 선출때는 관선 지사였던 임사빈씨가 라이벌이었다. 이인제 전 국회의원은 민자당, 임사빈씨는 무소속으로 나왔다. 임사빈 전 지사가 떨어지긴 했지만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관선 지사로까지 입신한 전설적 인물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됐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임창열 지사(국민회의)가 당선됐을 시엔 손학규 전 국회의원(한나라당)이 라이벌이었다. 손학규 전 의원은 이 때 비록 실패했지만 매우 아까운 인물로 평가됐었다.
재기에 나선 손학규 전 복지부 장관이 경기도지사로 당선됐을 당시의 라이벌은 진념 전 부총리(민주당)였다. 진념 전 부총리 또한 낙선하긴 했어도 해박한 식견을 지녔다는 말을 들었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는 3선의 김문수 전 국회의원(한나라당)이 라이벌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열린우리당)을 물리치고 경기도지사로 당선됐다.
그런데 도지사 선거 때마다 당선자도 훌륭하지만 낙선자 역시 아까웠던 것 처럼, 이번의 진대제 후보 또한 같은 말이 들린다. “진 후보에게 표는 안 주었지만 사람은 아까운 사람”이라는 말을 하는 이들이 적잖다. 득표율이 30% 대 인 것도 그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인간 ‘진대제’는 도전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어렸을 적엔 가난과 싸웠고 국비 유학을 다녀온 뒤엔 반도체와 씨름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신화를 이루어 삼성전자 CEO를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장수하다가, 경기도지사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그만 두었다. 실패를 몰랐던 인생에서 첫 실패의 쓴잔을 경험했다는 말을 듣고 있다.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의 거취를 주목하는 눈이 많다. 본인 역시 정치·기업·학계 중 선택을 미루고 심신을 쉴 겸해서 장고하는 것 같다. KAIST 같은 학계로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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