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에서 온 편지’

KBS-1TV 현충일 특집 다큐 ‘전선에서 온 편지’(6일 밤 10~11시)는 근래 보기드문 수작이었다. 1950년 6월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이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이 조인되기까지 만 3년여에 걸친 처참한 동족상잔의 참화가 그 배경이다.

작품은 이 중 전선에서 온 편지를 소재로 전쟁의 비정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이미 반세기가 넘은 사연이 빼곡하게 적힌 남편의 편지지는 누렇게 들떠 삭을 정도인데도, 전쟁 미망인인 아내에겐 이 편지 뭉치가 금덩이 보다 더 값진 것이다. 달덩이 같았던 새댁에게 유복자의 씨를 안기고 전선으로 달려간 남편이 보내곤했던 군사우편이 끊긴 어느날 날아든 전사통지서는 청천벽력이었다. 모진 세월은 흘러 달덩이 같았던 새댁 얼굴은 간곳 없이 깊은 주름살로 골지고 유복자 또한 50대 중반의 중늙은이가 됐다.

남편이 전사한 비무장지대 그 예전의 전선을 찾아 “여보!!” 하고 목놓아 혼백을 불러도 대답은 없고 푸른 산야의 하늘엔 흰구름만 떠돈다. 이토록 평화로운 산간이 포화속에 피비린내 난 전쟁터였으니 죽은 이들은 지금 보는가 아는가, 무심한 바람소리만 휘젓는다.

‘군사우편’ 그것은 당시 남편을 전선에 보낸 많은 아내들의 숱한 기다림이었다. ‘군사우편 찍혀있는 전선 편지를 / 전해주는 배달부가 싸리문도 못 가서 / 복받치는 기쁨에 넘쳐 울었소…’ 6·25전쟁중에 유행됐던 군사우편을 주제로 한 대중가요의 가사 한 대목이다.

생각해 본다. 이쪽의 전쟁 참화가 이랬으면 저쪽인들 왜 전쟁 참화가 없었겠는가, 북녘사람들 역시 같은 사연이 많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전쟁을 일으켰는가, 전쟁을 일으킨 원초적 잘못에 대한 따짐은 아직껏 한 마디가 없다. 과거사 규명, 역사 바로 세우기는 뭔가, 민족적 불행의 단초는 제쳐두고 곁가지만 두고 말이 많다.

‘전선에서 온 편지’의 다큐, 그것은 전쟁을 일으킨 게 얼마나 큰 죄악인 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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