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도서

프랑스와 13년 째 반환을 협상 중인 외규장각 궁중도서 296권은 병인양요 때 약탈해 간 것이다.

그러니까 1866년(고종3년) 대원군의 천주교도 탄압과 학살로 프랑스 극동함대 로즈 사령관 휘하 군함 7척이 강화도에 상류했다가 40일만에 물러가면서 가져갔다. 이로부터 시작된 대원군의 쇄국정책은 약 10년만에 끝났지만 빼앗긴 책은 140년이 되도록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존된 채 아직껏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1993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한국에 왔을 때다. 그는 우리측의 반환 요구에 “도서관 직원과 싸운끝에 겨우 반승락을 받았다”며 반환을 약속했으나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한명숙 국무총리가 외국 순방 중 프랑스에 들린것은 외규장각 도서 반환 교섭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이게 이상하게 됐다. 지난 8일 가진 한·프랑스 총리회담에서 프랑스측이 도서의 서울 정례 전시를 전격 제안한 데 대해 한 총리가 “좋은 생각”이라며 수용의사를 밝힌 게 문제가 됐다.

프랑스가 외규장각 도서를 서울에 한 번씩 가져와 전시를 하겠다는 것은 전시를 마치면 가져간다는 뜻이고, 이는 결국 돌려줄 생각은 없이 여전히 프랑스가 주인 행세를 하겠다는 것으로 우리측의 반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한 총리가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좋은 생각”이라고 했는진 모르지만 ‘서울 전시’ 수락은 ‘반환 포기’ 의미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프랑스측 함정일 수 있다. 도서 일로 들려 일을 풀기는 커녕 되레 꼬이게 만든 꼴이 되고 말았다.

남의 나라 문화재를 약탈해 갔으면서도 국립도서관 직원이 ‘못돌려 준다’며 대통령에게 맞서는가 하면, 서울에서 한 번씩 눈요기나 시켜주겠다며 남의 것으로 주인행세 하려는 것을 보면 원래 나라에 힘이 없어 빼앗긴 우리의 잘못이 크다는 자책을 갖는다.

비록 그렇긴 해도, 영구 반환 협상을 프랑스측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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