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기강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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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에 당연히 참석해야 할 관계부처 장관들이 ‘다른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하는 것은 내각의 기강 해이가 이완된 것으로 볼수 밖에 없다. 지난 달 25일 한명숙 총리가 주재한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인 장관 15명 중 10여 명이 불참하고 대신 차관이나 실·국장을 참석시킨 일은 예삿 일이 아니다. 이날 회의는 올해 교육·복지분야의 109개 사업에 총 4조2천746억원의 투·융자 방안을 논의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였다. 해외 출장중인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어쩔 수 없었다해도 다른 경제 각료들은 다수 참석했어야 될 회의였다. 물론 장관이 부득이하게 회의에 불참할 경우 차관 등이 대신 참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해찬 총리 시절에는 장관들이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총리 주재 회의에 참석했었다. 10여 명이 한꺼번에 불참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지방선거 기간이라 총리가 당정협의는 물론이고 가능한 한 관계 장관회의도 열지 않았고, 회의를 열더라도 장관들의 참석을 독려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는 총리실 측의 해명은 너무 저자세다.

또 해외 순방 중인 한명숙 총리와 포르투갈 총리가 9일 회담을 예정보다 30여분 늦게 시작한 것은 탑승자 명단 확인 문제로 항공기 이륙이 1시간 가량 늦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소크라트스 총리의 요청때문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지만 그러나 총리를 수행 중인 외교부 관계자가 기자단에 미리 설명을 못한 것은 실책이다. 비행기 지연 이륙도 항공사인 에어프랑스 측이 총리 수행원과 영문 표기 이름이 유사한 한국인을 같은 자리에 실수로 배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사전에 비행기 좌석배치 명단을 확인하지 못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비행기의 지연 이륙으로 포르투갈 공식 방문의 첫 일정인 포르투갈 대통령 예방시간에 23분이나 늦었다는데 총리실 관계자가 하는 말이 고작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그런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총리 전용기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만에 하나라도 여성 총리라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기강 해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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