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대표 의무위원 한승섭 금산한의원 원장이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출정을 앞둔 선수들의 건강검진을 해줬다. 그때 심폐기능이 보통사람에 비해 2~3배가 강해 한 원장을 놀라게 한 선수가 있었다. 그가 바로 박지성 선수다. 한 원장은 1993년 5월 축구 황제 마라도나의 고질적인 허리와 다리통증을 치료해 준 명의다.
박지성 선수의 심폐기능이 유난히 강한 것이 6월13일 열린 토고와의 대전에서도 여실히 입증됐다. 전·후반 경기 내내 쉬지 않고 달렸다. 전반 부진했던 한국팀의 공격 전선에서 그나마 활로를 개척하고 간간이 위협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던 것은 박지성 덕분이었다. 박지성은 힘들이지 않고 영리하게 공간을 파고 들면서 상대 수비수들을 교란했다.
후반 들어서는 득점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물론 골을 넣은 이천수, 안정환도 잘 했지만 토고전 승리의 1등 공신은 박지성이었다. 토고전에서 나온 대부분의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빠짐없이 박지성이 있었다. 특히 수렁에 빠질 뻔한 이날 경기를 반전시킨 것은 후반 9분 박지성이 돌파하다 상대 수비수로부터 얻은 파울이다. 이 파울로 토고의 수비수 아발로가 퇴장당했고, 이 때 얻은 파울로 이천수가 프리킥 골을 성공시켰다. 골을 넣은 이천수의 킥도 좋았지만 역시 박지성의 활약이 없었다면 이천수의 골도 없었다. 안정환의 추가골 장면에서도 어김없이 박지성이 있었다. 후반 27분 송종국의 패스가 토고 골문으로 오는 순간 문전에는 박지성과 안정환이 있었다. 이때 박지성이 볼을 잡지 않고 수비수를 달고 옆으로 빠졌다. 안정환이 수비의 압박을 덜 받고 슈팅할 수 있게 만들어준 희생적인 플레이였다.
박지성은 토고전에 앞서 “토고 선수들이 나를 막는 데 집중한다면 우리에겐 기회다. 내가 수비수들을 몰고 다니며 동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말로 출사표를 대신했었다. 박지성은 경기 직전까지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았는데도 공격과 수비의 허리가 되고 ‘심장이 둘 달린 사나이’처럼 종횡무진해 역시 한국팀 최고의 보배임을 알렸다. 평소 “나는 11명 중의 한 명일 뿐”이라며 겸손해 하는 박지성이 19일 열리는 프랑스전에서 또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 것인가. 기대가 참으로 크다.
/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