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방북

김대중 전 대통령의 27일 방북이 유동적인 모양이다. 미사일 발사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된 탓이다. 국제사회가 긴장한 이상으로 평양정권 역시 미사일 도박에 긴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김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반길만큼 한가로울 수 없는 것이 북녘 입장이다. 이 정부 역시 지금 북에 대고 DJ 방북을 말할 계제가 아니다.

도대체 뭣 때문에 그토록 기를 쓰고 가겠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부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추진할 요량이면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순전히 DJ 개인 자격의 방북으로 치고 있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6·15 정상회담 회고를 위한 개인 여행의 평양 방문이 되어서는 하릴없는 노인 나들이 밖에 안 된다. 본인은 “북핵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느니, “통일방안을 논의한다”느니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아선 그렇지 않다.

비록 6·15 정상회담 당사자일 지라도 대통령직을 떠난 전직 대통령이면 원로일 뿐 공식으로는 아무 권한이 없다. 이런 분을 앞에 두고 평양정권의 누가 얼마나 성의있게 핵 문제를 말하고 통일문제를 논의할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이용만 당하기 십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 정상회담을 후세 사가들로부터 역사적 평가를 받고자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더 이상의 미련을 갖는다고 일이 더 잘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재임 중 아마 열 번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재촉했을 것이다. 끝내 안 되다 보니 이젠 퇴임하고 나서 재방북하겠다지만 그게 아니다. 역사에 주연의 무대를 되풀이 해준 역사는 일찍이 없다.

한 시대의 주인공으로 섰던 무대에서 내려왔으면 그것으로 끝나야 한다. 과거의 무대에 연연해서는 추하게 비치기가 쉽다. DJ 방북을 과욕의 노탐으로 보는 눈이 있어 안타깝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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