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사생활이 있다. 공개적인 사생활도 있고 은밀한 사생활도 있다. 이것이 인간이며 판사 또한 인간이다.
30대 판사가 행방불명된 지 닷새만에 귀가했다. 그동안 경찰에선 실종사건으로 보고 수사했다. 현직 판사가 결근한 가운데 가족이나 친지도 어딜 간지 아는 이가 하나도 없고 본인과도 연락이 안 되니 실종으로 보는 건 당연하다.
신분이 판사이므로 혹시 원한을 샀거나 다른 일로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그간의 판사 실종 언론 보도엔 이같은 우려가 깔려 있었다.
그런데 털끝 하나 안 다치고 무사히 귀가한 것은 참 다행이다. 하지만 화가 좀 난다. “집을 나와 무작정 걷다보니 고속버스 터미널이어서 아무 버스나 타고 잤는 데 깨어보니 부산이었다. 거제도를 한 바퀴 돌고 부산의 찜질방에서 잠을 잤다”는 가출담은 더욱 화나게 한다. 거제도를 한 바퀴 돌고 부산의 찜질방에서 잠을 잔 게 닷새였다는 것도 이상하게 들리고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행방불명된 닷새동안 뭘 했던 그건 본인의 자유다. 굳이 공개를 요구할 이유 또한 없다. 그러나 그동안 사회에 걱정을 끼치고 물의를 일으킨 공인의 책임으로부터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또 있다. 본인의 말대로라면 법원을 비운 닷새는 무단 결근이다. 이미 재판 기일을 잡아놓은 재판에 영향이 없다할 수 없다. 재판기일에 예정된 재판을 못받고 날짜가 밀리는 재판 당사자들의 고통을 짐작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법원의 신뢰성에 흠집을 냈다.
나이 30대 중반이면 한창 총망받는 판사다. 비록 나이가 젊어 인생 경험은 적다하여도 지각은 능히 있다고 보는 직분이다. 어쩌다가 거제도 한 바퀴 도는데 닷새나 걸리는 일이 생겼는 진 몰라도 공인의 처신으로서는 심히 적절치 못하다.
무사 귀환이 반가우면서도 이래서 화가 치민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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