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월드컵결산/③ 한국축구, 사령탑 전략으론 한계

‘기술’이 뒷받침 돼야

“물론 전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술적인 성장이 뒷받침 돼야만 합니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아쉽게 16강 진출이 좌절된 대표팀의 홍명보 코치가 24일 스위스 직후 한 말이다.

홍 코치는 중·장기적으로 한국축구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대일 대응 능력과 선수 개개인의 전술 운영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역대 원정 대회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무려 52년 만에 원정 첫 승을 올린데 이어 98년 대회 우승국 프랑스를 강인한 체력과 조직력으로 몰아붙이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마지막 스위스전에서도 비록 패하긴 했지만 조별리그 경기 가운데 가장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번 월드컵을 되돌아 본다면 더 이상 한국축구가 감독의 전략·전술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표팀 새 감독이 된 핌 베어벡은 “우리 팀은 매우 공격적인 시도를 했지만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2002년과 비교하면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월드컵에 대비할 수 없었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체력과 맞물려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략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13일 토고전에서 전반 불의의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수비수 김진규 대신 안정환을 투입, 4-2-4로 전환하는 ‘매직 용병술’을 구사해 역전 드라마를 썼다.

19일 프랑스전에서도 전반 내내 수세에 몰렸지만 후반 설기현을 측면에 투입하면서 활로를 뚫고 박지성의 위치를 두 번 바꿔가며 끝내 동점골을 만들어냈으며, 스위스전에서는 이천수를 처음으로 섀도 공격수에 배치했고 후반에는 안정환을 투입 공격 숫자를 5명까지 늘리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결과적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피말리는 승부처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용병술이 돌파구를 열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멀리 2010년 이후를 내다본다면 한국축구가 이제는 선수 개인의 기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전략 아래에서 꾸준한 경기력을 담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일정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축구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 또한 이번 월드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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