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개발비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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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은 ‘입법지원 및 정책개발비’ 제도에 따라 의정 보조금인 ‘정책개발비’를 받는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이 매년 100억원에 이른다.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에 도움이 되는 공청회와 세미나 비용을 사후 보전해주는 제도다. 자료 발간비, 초청장 인쇄비, 전문가 사례금, 물품 구입비, 주차료 등 일반 수용비와 접대비, 연회비, 교통비, 숙박비 등 일반 업무비와 특수 활동비가 여기에 쓰인다.

1인당 2천12만원의 정책개발비를 주는데 670만원씩 두 차례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 또 두 번의 성과보수 경비 제도가 있어 600만원씩 더 지원받는다. 예산이 남을 경우엔 계속해서 추가지원 기회가 생겨 상한선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그런데 이 정책개발비가 본래의 목적과 달리 오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애초 취지와 달리 정치 행사 경비, 식대 등 개인적으로 사용되는 모양된다. 물론 건실한 의정 활동과 투명한 경비 사용 등으로 높은 의정 평가를 받고 있는 의원들도 많다. 그러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의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간과할 수 없는 ‘도덕적 해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정책개발비 사용에 따른 제도적 미비이다. 집행 기준이 모호하고 검증 시스템이 없다. 후원금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책개발비의 집행 범위가 광범위해 오용 가능성이나 유혹성이 없지 않다.

국회예산에서 자체 지원됨으로써 정치자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점도 잘못됐다.

선의의 국회의원들이 의정 활동을 위해 정책개발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입법기관으로서 스스로 법을 지키고 행정부를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이 정작 자신에 대해서 엄격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각 영역에 더 많은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인사들이 주로 정치인들이다. 입만 열면 개혁과 변화를 외친다. 개혁과 변화의 우선 대상이 특히 정치인들인데 막대한 세비는 물론 각종 특혜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이 세금을 ‘눈먼 돈’이나 정치후원금으로 여기는 것은 중병(重病)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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