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인 몸짓… 카리스마를 만나다
르네상스시대인 1천400년대부터 현재까지 6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발레. 우아한 동작들과 핑크빛 토슈즈, 하늘하늘 거리는 발레복은 많은 사람들이 무용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한다.
원초적인 안무를 통해 독창적인 강한 에너지를 내뿜는 캐나다 무용가 마리쉬나르는 발레에 대한 환상들을 깨고 현대무용가의 안목에서 분석해냈다. 지난 주말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은 지난해 6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초연됐던 마리쉬나르의 ‘바디리믹스’를 무대에 올렸다.
시종일관 몸에 각종 기구들을 붙이고 기형적인 움직임들을 선보였던 무용수들의 동작은 불쾌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몽환적인 조명 속에서 기형적으로 뒤틀리는 몸 동작과 신체를 지탱해주듯 여기저기 장착하고 있는 금속 기구들은 곧은 허리, 관절을 깎아 놓은듯 절도 있는 발레의 동작들에서 느껴지는 그것과 흡사했다. 장치를 이용해 꾸며낸 동작들은 마리쉬나르가 추구하는 원초적 무용과 동떨어진 모습이다. 금속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무용수들도 정상적인 무용보다는 기이한 동작들을 보이며 이미 장비들에 길들여진 모습을 보였다.
한쪽 발에만 토슈즈를 신은 무용수는 토슈즈를 신은 발끝으로 설 때마다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그런 무용수들이 한명 한명 모여 무대를 가득 메운 무용수들의 비명소리는 발레 무용수들의 노력과 아픔을 들춰냈다. 자유롭게 무대 위를 날아 다니는 게 아니라 짜여지고 규정된 동작이라는 틀 아래 갇혀 있는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뒤틀리고 꺾이고 지지할 장비가 없이는 쓰러질듯한 무용수들의 움직임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소화해내는 무용수들의 실력은 몽환적인 전체 분위기에 익숙해질 즈음,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금속 장비들을 이용해 나는듯 우아한 동작들을 선보인 무용수들의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떤 상황이든 극복해내는데서 느껴지는 카리스마가 시선을 끌어들이는 강한 흡입력을 지닌 탓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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