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성 개인전… 12일까지 용인 문예회관 전시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한번쯤 옛 교정을 찾았던 사람들의 추억은 거의 비슷하다. 넓게만 보였던 운동장과 동네에서 제일 크게만 보였던 학교가 너무 좁고 작게만 느껴진다. 사회생활을 하며 세상사에 익숙해질 무렵, 학교는 끊임없는 추억의 메시지를 발산한다.
서양화가 이경성씨(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양지리)는 지난 97년부터 용인 인근 초등학교를 화폭에 담아왔다. 나지막한 교사와 그 앞에 휘날리는 태극기,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동상, 운동장 주변을 차지한 운동기구와 아름드리 나무 등도 담겼다.
화면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운동장은 마음의 그릇. 10분이란 짧은 휴식시간이면 어김없이 운동장을 차지했던 아이들의 날랜 몸동작과 각종 학교 행사가 펼쳐졌던 공간이다.
작가는 첫 사랑의 수줍음과 설램이 담긴 ‘떨기나무’ 시리즈로 개인전을 연다. 4일까지 서울 갤러리 타블로에 이어 5일부터 12일까지 용인 문예회관 전시실에서 2차례 전시를 마련했다.
그의 작품은 단박에 탄생하지 않는다. 두툼만 마티에르는 여러번의 밑칠과 여러 혼합재료 등으로 만들었다. 혼합재료를 붙이고 선을 긋고 채색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묵직한 중량감을 부여한다.
밀도 있는 바탕을 얻기 위해 6개월동안의 작업기간이 소요된 뒤 비로소 실제 운동장 같은 느낌의 효과가 재현된다.
서성록 미술평론가는 ‘이경성, 추억이 익어가는 공간’이란 서평을 통해 “작가는 농부가 애지중지 논밭을 가꾸듯 그림을 그린다”며 “사람의 시선을 한눈에 잡아 끄는 산뜻한 매력은 없어도 인간미가 훈훈하게 넘쳐 흐르고 자꾸만 작품의 잔상이 남아 오랫동안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고 평했다.
작가의 또 다른 특징은 학교와 운동장의 재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 초등학교 곳곳 시설물들이 담겨 있지만 작가의 관심에 따라 크기는 제각각이다. 학교 건물은 위협적이지 않고 아담하며 교목은 건물보다 서너배는 더 크다. 한가운데 위치한 운동장은 숱한 자전거 바퀴와 놀이 흔적 등이 선명히 드러나 있다. 문의(031)338-1785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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