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새벽 3시32분부터 8시17분까지 동해를 향해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와 중거리인 ‘스커드’, ‘노동’ 미사일 등 7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엄포의도가 다분하다. 발사 시점을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춘 이유도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한 무력시위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 5월 초부터 미사일 발사 준비를 시작했지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에 대해선 회의적 전망이 많았다. 특히 미사일 발사가 미뤄지면서 “결국 쏘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실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번 발사를 통해 자신들의 미사일 능력이 ‘실제 상황’이란 것을 과시한 셈이다.
물론 미국을 미·북 양자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계산도 담겨 있다. 핵·미사일 등 안보 현안을 풀려면 미·북 양자 협상에 응하라는 취지였다. 위기 상황을 만들어 협상으로 이끄는 것은 북한이 상용해 온 수법이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 1호를 발사해 1년 뒤 미·북 협상에서 타협을 이끌어냈었다.
북한이 5일 새벽 6발 발사 후 오후에 추가로 1발을 발사한 까닭은 미국이 오전의 미사일 발사를 ‘실패’로 규정하자 이에 대한 반발성 대응차원으로 보인다. 또 국제사회의 규탄에 전혀 기죽거나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미사일 시험 발사를 규제할 국제적 장치도 없는 상태다. 특히 일본이 이날 만경봉호의 입항을 금지하자 ‘일본은 북한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엄포용으로도 생각된다. 실제로 일본은 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만경봉호 입항금지, 인적교류 제한, 일·북 전세항공기 취항 금지 등 9개항의 대북제재 조치를 발동했다.
앞으로의 문제는 추가 발사 조짐이다. 북한은 “정상적인 군사 훈련에 시비를 걸거나 압력을 가하면 강경 대응하겠다”고 분명히 공언했다. 이미 발사장에 ‘노동’ ‘스커드’ 등 중·단거리 미사일 3~4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추가 발사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단언한다. 미사일을 인공위성이라고 우긴 정부라서 믿어지지 않는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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