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심장을 울리는 불멸의 멜로디 ‘미스 사이공’

전쟁의 폐허에서 피어난 가슴시린…사랑이야기

피냄새 나는 베트남전쟁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이 격렬하다. 그 안에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은 미군 병사 크리스에겐 참을 수 없는 악몽과 같다. 그런 크리스에게 17세의 순수한 베트남 처녀 킴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다가온다. 두 사람의 잘못은 없었다. 그저 전쟁이란 상황이 둘을 사랑하게 하고 헤어지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탐을 창녀촌에서 자라게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 발발한 베트남전쟁. 1961년 미국 대통령 J.F.케네디는 50여만명에 달하는 젊은 미군 병사들을 베트남에 투입했다. 1973년 1월27일 파리협정과 함께 전쟁이 종결되기까지 사상자 120만여명과 부상자 400만여명이 속출했다. 전쟁 종결과 함께 전쟁터 아래 뭉개져 있던 상흔들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 아픔을 고스란히 담은 ‘미스 사이공’은 1989년 런던에서 초연돼 미국인들의 대대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다.

미 해군 장교 핑커톤과 일본여인 초초상의 슬픈 사랑을 담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현대화한 ‘미스 사이공’은 시대적 상황과 함께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국인이란 입장에서 보면, 혹자의 소감대로 손수건 없이는 볼 수 없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살아 남기 위해 몸을 팔 수 밖에 없었던 킴과 그의 아들 탐. 그래도 탐의 인생은 행복했다. 그를 끔찍하게도 아껴 자신의 목숨과 바꾼 미국행 티켓을 손에 쥐어준 어머니 킴이 있었기에. 아메리카드림에 빠져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엔지니어는 어린 탐이 그대로 창녀촌에서 자란다면 어떻게 됐을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대적으로 보면 이미 수십년 전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미스 사이공’은 아직까지도 환대를 받을 내공을 갖췄다. 빠르게 돌아가는 무대 위의 호흡이 내용을 이미 알고 보는 관객들이라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헬기가 무대 위에 정말 날아 다니는 듯한 무대효과와 헬기 안으로 뛰어 드는 군인들의 생생한 모습은 전쟁터 한가운데 앉아 있는듯 관객들을 무대위로 집중시켰다. 아비규환이었을 30여년 전 당시 베트남전쟁 상황을 현란한 조명과 다양한 무대효과가 다시 한번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었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