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름을 동반한 태풍 에위니아가 제주에서 내륙까지 휩쓸고 갔다. 어제 영·호남 지역을 특히 강타한 초속 38㎧의 에위니아는 남해에 최고 280㎜의 폭우를 쏟았다. 이밖의 영·호남엔 최소 120㎜이상의 비를 내렸다.
전남 여수 앞바다에선 선박 컨테이너 135개가 수장되고 제주도는 초등학교가 전면 휴교하고 전남에서도 70개 학교가 휴교했다. 국내선 항공편이 전면 결항한 가운데 101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경북 상주의 산간 계곡에선 급류에 휘말려 한꺼번에 2명이 숨지는 등 영·호남에서만도 계곡 급류에 익사하거나 실종된 피해자가 7명에 이른다. 저지대 곳곳의 농경지 수천㏊가 물에 잠기고, 전남 고흥군 도양면 일원이 침수로 한동안 고립되는 등 도시 농어촌 여러 지역의 수백가구가 침수소동을 빚었다.
마을이나 학교의 뒷산 절개지 또는 야산이 무너져 토사가 덮치고 국도변의 산사태로 교통이 두절되기도 했다. 태풍으로 가로수가 부러지거나 뿌리가 드러난 채 쓰러진 가운데 전주가 넘어져 2천여가구가 정전의 고통을 겪은 곳도 있다. 빗길 교통사고 또한 많아 경남 진주에서 시내버스가 남강으로 굴러 떨어졌으나 다행히도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태풍 에위니아의 인명피해와 재난피해 집계가 앞으로 상당히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은 불가피한 여름철의 불청객이다. 여름철 때가 되면 태풍에 미리 대비해야 하는 것은 연례적 일상의 생활이지만, 대비를 게을리했거나 생각이 미치지 못해 대비를 못하면 천재가 아닌 인재를 당하곤 하는 것이 태풍 피해다. 평소, 아니 평생 공들인 재산을 일시에 잃는 것은 견디기 힘든 시련이다. 목숨을 잃는 것은 회복할 수 없는 불행이다.
에위니아는 오늘 새벽 한반도를 빠져나가면서 경기·인천 지역에도 남쪽지방 같진 않지만 피해를 냈다. 에위니아는 사라졌으나 태풍은 오는 초가을까지 몇 차례 또 온다. 더 큰 태풍이 올 수도 있다. 이번의 에위니아를 교훈삼아 대비에 더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도·시군이 앞장서야 한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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