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몸은 하늘을 나는 데 적합하도록 진화해 뼈도 비어 있고 머리도 작다. 그래서 나온 말이 ‘새대가리’다. 주먹보다도 작은 머릿속에 들어 있는 호두알만한 뇌를 ‘단순무식’의 상징처럼 여긴다. 다만 까마귀 같은 일부 새들은 예외적으로 영리한 동물로 알려져 왔는데 앵무새, 비둘기, 굴올빼미도 그에 못지 않다고 한다.
침팬지 같은 영장류는 다른 어떤 동물보다 사람과 가깝다. 그러나 단 한 가지만은 사람과 건널 수 없는 다리가 있다. 바로 말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자음과 모음을 구별해 소리를 내는 새가 있다. 즉 말을 한다. 앵무새나 구관조가 사람들의 사랑과 경탄을 받는 이유다. 특히 말하는 새의 음성기관 구조가 사람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사실이 발견돼 더욱 흥미롭다.
네덜란드 라이덴대 가브리엘 엑커스 교수팀은 앵무새가 사람처럼 혀의 모양과 위치를 바꿔가며 다양한 소리를 낸다고 발표했다. 고차원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복잡한 음성기관이 진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까지는 조류가 소리를 내는 기관인 ‘울대’를 조절해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공중을 가르며 순식간에 수㎞씩 이동하는 새들은 용케도 집을 찾아 온다. 그런데 새들의 뛰어난 기억력이 길을 찾는 데 한 몫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대 한스페터 립 교수팀이 비둘기의 등에 조그마한 ‘위성항법장치(GPS)’를 부착한 뒤 이들의 이동경로를 추적했더니 집에서 최대 80㎞ 떨어진 곳까지 돌아다녔다. 다수의 비둘기들이 방향을 바꿀 때에도 고속도로 출구까지 이동한 뒤 이를 기준점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들이 도로 위로만 달리 듯 새들도 사람이 만들어 놓은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게 밝혀졌다.
작은 동물을 주로 잡아먹는 굴올빼미 집 주위에는 구수한 똥 냄새가 진동한다. 특히 새끼들을 키울 시기에 냄새가 심하다. 미국 플로리다대 동물학자 더글러스 레비 박사는 이런 현상이 새끼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냄새 위장’일 것으로 추측하고 좀 더 자세히 관찰한 결과 굴 주위의 똥은 냄새 위장용이 아니라 굴올빼미가 가장 즐겨먹는 쇠똥구리를 유인하기 위한 ‘밑밥’임이 밝혀졌다. 낚시꾼이 밑밥으로 물고기를 유인하는 것과 흡사하다. 머리가 별로 좋지 않은 사람들은 ‘새대가리’라는 말을 함부로 쓸 수 없게 됐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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