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19세 소녀가 만들어낸 ‘무공해 연주’에 반하다

재즈피아니스트 진보라 공연

해거름 비를 피해 서둘러 도착한 성남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은 늦게 입장하는 사람들로 한동안 어수선했다. 콘서트홀에 들어서니 무대 가운데 덩그러니 그랜드 피아노 하나가 넓은 콘서트홀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넓은 콘서트홀을 어떻게 채우려는지….

검은색 탑에 나팔바지를 입은 재즈피아니스트 진보라가 입장하더니 장황한 설명도 필요없이 곧바로 피아노 앞으로 가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시작돼 버린 공연. 흠 하나 없이 둥근 구슬이 구르는 듯한 피아노 음색이 홀을 메우기 시작하고 빗 속을 뚫고 온 탓에 조금은 불쾌한 듯 눅눅하던 옷이 촉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날 공연은 1부 6곡은 진보라 독주로, 2부는 베이스와 드럼의 합주로 2시간동안 이어졌다. 잔잔한 ‘My Style Is Violet’이 콘서트홀에 울리기 시작했다. 피아노 소리는 동굴에서 떨어지는 무공해 물방울을 연상시킨다. “탱글탱글” 동굴을 울리며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청정한 심상을 전한다. 이날 공연이 그랬다. 밖엔 비가 떨어지고 콘서트홀엔 19세 소녀가 던지는 맑은 음색이 울려 퍼졌다. 관객들로 하여금 다음 건반음 하나하나를 기다리게 만들면서 이어지는 곡들은 관객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맛에 음반 보다는 콘서트홀을 찾는가 싶다.

계속되는 피아노 음에 익숙해졌을 즈음 2부 연주가 이어졌다.

“둥둥둥” 굵직한 소리로 피아노 소리를 받쳐주는 베이스에 템포를 맞춰 흥을 돋우는 드럼이 추가됐다. 천진한 미소를 띤 진보라는 신이 났는지 박수를 유도한다. 두 악기 등장으로 무대 위는 훨씬 환해져 밝은 분위기가 관객들에게 전해졌다.

한동안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지다 너무 신이 나서인지 문제가 생겼다. 관객들의 박수와 무대 위 세 연주자 호흡이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진보라도 “조금 실수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각자 독주는 훌륭했으나 연주를 맞춰볼 시간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공연 후 돌아오는 길 마지막 앵콜곡이었던 만인의 애창곡 ‘Fly me to the moon’이 입가에 계속 맴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흐르고 있던 재즈의 음을 가볍게 일으켜 주는, 강한 손가락의 힘뿐만 아니라 피아노의 울림, 건반의 강약 조절로 전문 피아니스트의 ‘손 맛’이 느껴졌던 콘서트였다. 연주 말미 “피아니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한동안 콘서트를 열지 못할 것 같다”는 진보라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하면서 콘서트홀을 나섰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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