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도시와 빗물

현대도시의 강우량은 거대한 세숫대야에 담기는 물과 같다. 내린 비가 스며들 맨땅이 없는 게 현대도시다. 땅이란 땅은 아스팔트가 아니면 콘크리트로 뒤덮였다.

도시시설이든 공공용지든 개인의 것이든 간에 흙을 밟을 수 있는 맨땅은 거의 없다.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한 빗물은 하수도가 유일한 탈출구다. 그런데 이 하수도가 문제다. 하수도 용량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겨우 간선도로만 포장을 하고 인가도 지금과는 비할수 없을 만큼 적었던 예전의 규모 그대로인 것인 지금의 하수도다. 간선 배수시설인 하수구야 물론 있지만 하수구로 연결되는 첫 단계 배수시설인 하수도가 이 모양이어서는 포장도시의 빗물이 제대로 빠져나가기가 벅차다.

이나마 준설이 잘 안 됐을 것 같으면 배수기능이 더욱 어렵다. 길거리의 담배꽁초를 비롯해서 온갖 잡동사니가 하수도 뚜껑 틈새로 버려지기 일쑤인 마당에 소통이 100% 잘 된다고 보긴 난감하다. 이러니 걸핏하면 시가지가 물바다가 되고 심지어는 주택가 침수 소동이 안 벌어질 수가 없다.

도시 근교의 소하천이 예전보다 범람이 잦은 이유 역시 거대도시의 포장화에 있다. 전 국토가 도시화하는 추세다. 거대도시 뿐만이 아니고 소도시도 모두 포장화됐다. 거대도시든 소도시든 도시는 해마다 팽창하여 포장면적은 점점 확대돼간다. 이 바람에 전 같으면 땅으로 스며들던 빗물이 스며들지 못해 모두 소하천으로 몰려든다. 이런 소하천 빗물이 지류를 통해 강으로 강으로 흘러들다보니 범람하게 마련이다.

도시가 1시간에 40㎜의 비만 내려도 물난리를 겪는 연유를 과학적 수치로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각 자치단체마다 도시면적에 비해 강우량에 따라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한 빗물의 분량이 어느 정도인 가를 조사하는 것이 현대도시다운 정책적 치수 자료라 할 것이다.

주먹구구식 시책으로는 한계를 넘어선지가 벌써 오래됐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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