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故事와 盧 정권

이 정권의 처신은 두 가지 고사를 생각나게 한다. 미생지신(尾生之信)과 이목지신(移木之信)이다.

노(魯)나라에 미생이란 사람이 있어 어느날 다리 밑에서 연인을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 폭우가 내려 홍수가 난 가운데 비는 계속 억수같이 퍼부었다. 그와 약속했던 여인은 만나기로 한 장소가 적절치 않게 된 상황 변화로 약속이 무위해졌다고 여겨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미생은 약속 시간 전에 나가 시각이 지난 뒤에도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결국은 불어난 홍수에 휘말려 익사하고 말았다. 순정으로 보기엔 너무도 어리석은 고집이다. 중국의 고전인 회남자(淮南子) 사기(史記) 등에 전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사다.

이목지신의 고사는 진(秦)나라 효공(孝公)때의 일이다. 백성들이 조정을 믿지않아 한 번은 현상금을 걸고 시험해봤다. 한 그루의 거목을 시장 남문바닥에 세워놓고는 나무를 시장북문에 옮겨놓는 사람에겐 십금(十金)을 주겠노라고 방문을 내걸었다. 그러나 몇 날 며칠이 지나도록 도성 사람들은 방문을 보고 괴이하게만 여길 뿐 누구 하나가 나무를 옮기려고 하지 않았다. 방문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정에 백성의 신뢰를 일깨우는 얘기로 사기 상군전(商君傳)에 전한다는 고사다.

노무현 정권의 하향평준화정책은 대표적인 미생지신이다. 분배위주가 이러하고, 교육시책이, 이러하고 지방균형발전론 등이 이러하다. 양극화 해소는 절실한 과제다. 그러나 상위가치를 깎아내려 하위에 맞추는 방법은 방법이 아니다. 덜한 것, 못한 것을 부추겨 좋은 것, 잘한 것 수준 가까이 끌어올리는 것이 진정한 양극화 해소다. 대북정책의 짝사랑 일관도 철저한 미생지신이다.

정부를 불신하는 이목지신의 민중정서는 심각하다. 경제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해도 곧이 듣는 피지배계층의 국민은 거의 없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말, 듣기좋은 시책을 발표해도 신뢰를 주지못한 경험에 비추어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래도 이 정권의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산다. 불행한 것은 민중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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