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복구비

수해보고는 줄이고 수해복구비는 부풀리가 일쑤였다. 관선자치단체장 때의 일이다. 수해 상황을 줄인 것은 문책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다음 인사에 불이익이 우려되는 연유도 있다. 그래놓고는 수해복구비를 부풀려 요구하는 것은 줄여 보고한 수해를 만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의 민선자치단체장 시대엔 이런 폐단이 없다. 문책당할 것도, 불이익을 당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수해를 사실대로 보고하고 복구비 또한 사실대로 요구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가 없지 않다. 정부 지원의 복구비란 것이 늑장 지원이기 때문이다. 복구비 지원은 농작물 지원과 시설물 지원이 있다. 시설물 지원은 또 공공시설과 개인시설이 있다. 늑장 지원으로 공공시설 복구에 애 먹는 것은 도로 복구 등을 들 수가 있다.

하지만 더 애를 태우는 것은 농민의 농작물 피해 지원, 가옥 등 복구의 개인시설물 복구비 지원이다. 각 시·군에서 이를 수재민 별로 파악하여 요청하는 데도 시일이 걸리지만 상부에 요청해도 하대세월(何待歲月)이다. 시·도를 거쳐 중앙의 관련 부처에서 처리해 수재민의 손에 자금이 쥐어지기까진 세월이 마냥 걸린다.

서류가 가는데마다 행정결재 투성이다. 기관마다 일일이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이도 별 탈이 없으면 다행이다.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유관부서끼리 따로 협의하는데 시일이 걸린다. 이래서 흔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소리가 나오지만, 국민의 세금을 허술하게 집행할 수도 없는 것이 또 수해복구비 예산이다.

문제는 행정간소화다. 수해복구비 파악, 지원액의 적정성, 지원예산 집행 등에 엄정한 책임을 분담시키는 것이 행정간소화의 요체다. 한데 이게 말처럼 쉽지않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어렵고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를 간소화하는 것이 행정의 발전이다.

수많은 수재민들이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의 지원은 까마득하다. 이도 행정이 현실화하지 못한 탓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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