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와 인재의 한계는 어느 선일까, 인간들은 인간의 한계에 부단히 도전하면서도 불행히 막상 닥친 재해엔 인재의 반성에 앞서 천재로 돌리기가 일쑤다.
파주시 문산읍은 물의 도시였다. 예컨대 1996년 7월에 내린 200㎜의 빗물로 온 시가지 주택가가 물이 허리에 잠길 정도로 물바다를 이루었다. 1998년과 이듬해 여름 집중호우에는 수마가 일부 주택의 지붕까지 넘실대는 물소동을 빚었다. 이처럼 상습수해지역으로 소문났던 문산읍내가 올핸 아무 탈 없이 넘겼다. 이 며칠 전에도 200㎜ 가까운 비가 내렸다. 그러나 상습수해지역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을만큼 평온했다.
파주시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천억원을 들여 수방개조사업을 이룬 성과가 이렇게 나타났다. 문산천과 동문천 제방을 높이고 임진강과 지류의 제방 또한 높이면서 하상정리작업을 마쳤다. 문산읍내 배수펌프장이 한 개이던 것을 여섯 개로 늘렸다. 이밖에도 임진강 수위를 파주시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CCTV를 설치하는 등 갖가지 보조시설과 보조시스템을 갖췄다.
광명시 역시 상습침수를 면치못하긴 마찬가지였다. 50~100㎜의 비만 내려도 시가지 곳곳이 물난리를 겪곤 했다. 그러나 올 여름같은 물난리에도 침수소동이 없었다. 안양천 목감천 지역의 철산펌프장 하안펌프장 등의 배수가 작동됐기 때문이다. 광명시는 이밖에도 시내 요소 요소에 펌프장을 꾸준히 증설한 것이 물난리를 면한 요인이 됐다. 신문 보도는 이번 비도 닷새동안에 320㎜가 내리고 한꺼번에 216㎜가 쏟아진 적이 있었지만 끄덕 없었다고 전했다.
해마다 물난리를 겪는다. 지역주민의 수해를 막는 자치단체의 이같은 노력이 좀 더 확산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물론 불가항력의 천재가 있긴 있다. 그러나 천재 대응의 노력을 소홀히하여 당하는 재해는 인재인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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