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일을 스스로 앞장서 해내는 자진형이다. 한 번은 비서가 호화로운 고급 상들리에를 집무실에 달려고 하자 제지했다. 바쁜 집무에 그런 걸 쳐다볼 여유가 없다며 트루만 부통령 방에나 다르라며 내쳤다.
제2차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그해 3월인가, 루즈벨트가 심장마비로 죽고나서 대통령직을 계승한 트루만은 일처리가 숙의형이었다.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세계대전 종결을 이끌어낸 원폭 투하도 숙의형 결정의 소산이다.
2차세계대전 당시의 주요국가 지도자들 면모를 내친김에 간단히 소개하면 처칠 영국 수상은 결단형이다. 예를 들면 세 권의 책을 놓고 어떤 책을 먼저 읽을것인가 하고 궁리하는 동안에 머뭇거릴 것 없이 세 권의 책을 다 읽어버리는 스타일이다.
일본의 군벌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수상은 이판사판의 불문형이고, 스탈린 소련 수상은 집권을 크고 작은 숙청으로 일관한 공포형이다. 히틀러 독일 총통은 일전불사주의의 호전적 전투형으로 12년의 권좌를 마감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첫 확대간부회의서 ‘전투형’ 도정을 주문했다 해서 화제가 된 것 같다. 가히 ‘순국의 각오로 일하자’는 것은 그만큼 일을 열심히 하자는 다짐일 것이다. 도지사가 아무리 일을 잘 하려고 해도 밑에서 받쳐주지 않으면 작품이 될 수 없다. 또 밑에서 아무리 잘 하려고 해도 도지사가 몰라보면 이 역시 작품이 되지 않는다.
역대 집권자 중에 공무원을 가장 잘 부린 권력자가 박정희 대통령이다. 가장 못부린 집권자는 김영삼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비슷하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의 자긍심을 한껏 드높여 주었다. ‘조국근대화의 기수’라고 까지 했다. 일을 신바람나게 하도록 만들었다. 공무원들이 다투어 행정가치 창출에 심혈을 쏟도록 했다. 이와 반대로 김영삼 대통령은 공무원사회를 우범시했다. ‘복지부동’이란 말이 이래서 나왔다.
김문수 도지사의 ‘전투형’ 도정의 의욕이 나쁜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신바람나게 일을 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행정가치 창출의 자가발전이 꺼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이래야 히틀러식이 아닌 생산적인 김문수식 ‘전투형’ 도정이 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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