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공화국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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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이타(大分)시 서쪽 다카사키(高崎)山에는 1천200여 마리의 일본 원숭이가 살고 있다고 했다. 원숭이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져 매일 지정된 집합장소에 모습을 나타내며 관광객들에게 친근감을 나타낸다. 그런데 다카사키산의 원숭이는 사육되고 있는 게 아니다. 원숭이들이 무리를 이뤄 해발 628m의 산 전체에서 집단으로 생활한다.

다카사키산에는 에도(江戶)시대부터 원숭이가 살고 있었다는데 인가가 있는 마을로 내려오다가 도로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거나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고 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당시 우에다 다모스(上田保) 시장이 산 전체에 울타리를 두르고 원숭이를 모아 1953년 자연동물원을 개원했다. 원숭이 공화국을 만든 셈이다.

원숭이 공화국에 들어서면 원숭이들이 여기저기 사방에서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한다. 어미 원숭이와 새끼 원숭이가 서로 털을 골라주는가 하면 새끼 원숭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장난을 치며 논다.

원숭이 공화국의 가장 볼거리는 하루에 한 번씩 실시되는 원숭이 무리의 교대 장면이다. 무리를 이룬 원숭이들은 서로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가장 큰 세력을 가진 무리부터 먼저 집합장소에 모인다. 동물의 세계 권력도 인간세계와 같아서 두 무리의 보스끼리 결투를 벌여 승리한 하나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집권자가 된다. 인간사회의 정당으로 비유하자면 여당과 야당으로 나뉜다.

집합장소에 교대로 모이게 하는 건 자연동물원 운영자가 고구마 등 간식을 주기 위해서다. 주식은 직접 산에서 해결한다. 관리인이 산 쪽을 향하여 큰 소리로 부르면 수백마리의 대무리가 내려오고 집합장소에 있던 다른 무리 수백마리는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 다른 동물원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집합장소에 한 무리가 다 모이면 보스가 사람들 앞에서 늠름한 모습을 잠시 선뵈는데 체격이 최고 답게 우람하다. 가관인 것은 보스를 따라다니는 몇 마리의 원숭이다. 관리인의 말인즉슨 사람으로 치면 ‘수행비서’ 격이라는데 아부하는 몸짓과 표정이 영락없이 인간 간신을 닮았다. 침팬지나 원숭이가 인간의 조상이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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