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대한민국과 북한이 경의선 철도의 완전 개통에 합의했다. 그러자 일본이 100년 전 대한제국과 합의한 문서를 근거로 경의선 운영권이 일본에 있다고 주장하며 개통에 반대한다. 미국은 일본의 주장이 정당하다며 일본을 지지하고, 중국 , 러시아도 거기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일본은 자위대 함대를 동해 군사분계선 바로 앞으로 출동시키는 무력시위까지 감행한다.
대한민국 정부 안에서는 경제적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일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쪽과 그럴 순 없다는 쪽으로 편이 갈린다. 국무총리(문성근)가 전자를 대표한다면, 후자를 대표하는 건 대통령(안성기)이다. 고심하는 대통령 앞에 경의선 운영권 이양 문서에 찍힌 대한제국의 국새(國璽)가 가짜이며 진짜 국새는 다른 곳에 숨겨져 있다고 주장하는 역사학자 최민재(조재현)가 나타난다. 대통령은 진짜 국새를 찾을 특별팀을 만들지만, 국새가 나타나길 원치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가 주권을 세우려는 쪽과 강대국에 의존하고 살 수밖에 없다는 쪽의 대결이 벌어진다.
영화 ‘한반도’는 국가 주권을 위협하는 외세와 맞서면서 민족적 자긍심을 세워가는 이들을 그린, 다분히 선동적인 이야기다. 영화는 최민재의 입을 빌려 과거든 현재든 “문제는 내부의 적”이라고 말한다. 강대국에 의존하고 살 수 밖에 없음을 강변하는 국무총리나 원로 정치인들의 대사가 이따금 섬뜩할 만큼 실감을 준다. 대통령이 해군 제독에게 교전권을 부여하는 등 가공된 적을 앞에 세워 강한 지도자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몇 곳의 연출이 국가주의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지만, 비약과 단순화는 픽션에서 불가피한 요소다. 영화 중 대통령을 현재의 대통령으로 연결시키는 사람들도 많지만 대통령 집무실에 걸린 전직 대통령 사진들 맨 끝에 노무현 대통령 사진이 있으므로 그 건 아니다.
“일본은 다른 나라를 조심하면서도 한국은 시도 때도 없이 건드린다. 정말 오락 영화라면 일본과 한번 교전하게 하고 휴전시킨 뒤 일본이 퇴각하도록 했을텐데 그건 못했다.”는 강우석 감독의 말처럼 영화 ‘한반도’는 한국의 정치·이념 지형에서 민족주의가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읽게 한다. 관람객이 줄을 잇는다는 소식이 참으로 반갑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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