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설의 삼황(三皇) 중 한 분인 황제(黃帝)는 2천700년 전에 역법 도량형 잠업 등 문물과 제도를 확립, 인류의 문화생활에 기초를 닦은 것으로 전한다.
이 무렵에 있은 비의 신(神)인 괴물 치우(蚩尤)는 골칫덩어리였다. 장대비가 아니면 짙은 안개로 백성을 괴롭히기가 일쑤였다. 황제는 치우의 토벌에 나섰으나 풍신(風神)의 지원까지 얻어 반격에 나선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방향 가늠을 어렵게 하는 안개 타개의 신무기로 지남차(指南車)를 만들어 대처했으나 여의치 않은 황제는 불의 화신인 딸 발(魃)을 하늘에서 불러내려 도움을 청했다.
발은 추녀였지만 열기가 태양처럼 들끓어 짙은 안개를 무산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비의 신인 치우를 맥못추게 만드는 막강한 힘을 가져 마침내 항복을 받아내어 그 행패를 저지하는 덴 성공했다. 그런데 발 또한 치우와의 싸움으로 힘을 소진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땅에 머물러 그녀가 가는 곳마다 가뭄이 덮쳤다. 비록 하늘로 올라갈 힘은 쇠진하였지만 지상의 영향엔 여력이 있어 인간 세계에 피해를 입혔던 것이다. 이에 황제는 딸인 발을 연금하기도 했으나 곧잘 뛰쳐나와 가뭄을 일으킨 것으로 고사는 전한다. 가뭄을 한문으로 표현하는 한발(旱魃)의 가뭄발자 ‘魃’은 바로 황제의 딸인 불의 신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여름철 동반자인 장마는 해마다 있다. 그렇지만 올 장마는 한달 넘어 너무도 많은 장대비를 쏟았다. 장마도 비가 덜오는 마른 장마가 있는 것에 비하면 이건 완전히 물벼락 장마였다. 너무 많은 희생속에 치른 것 같다.
그런데 장마끝에 가뭄이라고 농사에 지장을 주는 가뭄이 엎친데 덮쳐 잇달지 않을까 염려된다. 장마는 그쳤어도 태풍에 겹친 물벼락이 또 있을 수 있다. 치우와 발의 조화가 있기를 기원한다. 농사일, 사람 사는 일은 이래저래 대자연의 섭리를 넘어설 수 없는 것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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