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특히 스포츠세계의 스타는 단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보통 얘기하는 신데렐라는 더욱 없다. 피나는 훈련과 승부처의 냄새를 맡는 직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 야구선수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이 바로 그렇다. ‘11년 3개월’, 이승엽이 프로 첫 홈런을 터뜨린 뒤 한·일 통산 400홈런을 때려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경복고를 졸업한 이승엽은 1995년 삼성라이온즈에 입단, 프로무대에 뛰어 들었다. 당시 이승엽은 좌완 투수였다. 그러나 얼마뒤 이승엽은 왼팔 팔꿈치 부상을 당하며 선수로서 첫번째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승엽은 좌절하지 않고 타자로 전향했다.
프로데뷔 첫해인 1995년 5월2일 이승엽은 광주 해태(현 KIA)전에서 6회 솔로포를 쏘아 올리면서 홈런 대장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승엽은 첫해 13개, 이듬해 9개의 홈런을 쳐낸 후 1997년 32발, 1998년 38발, 1999년 54발을 터뜨리며 한국 최고 거포로 우뚝 섰다. 특히 2003년 56발의 홈런을 쏘아 올려 오시다하루(玉貞治)가 갖고 있던 한 시즌 최다 홈런 아시아신기록(55개)를 갈아 치웠고, 같은 해 6월22일 대구 SK전에서의 홈런은 26세10개월4일의 나이로 터뜨린 세계 최연소 300홈런 신기록이었다.
2003년 일본무대로 진출한 이승엽은 현지적응에 실패, 또 한번의 위기를 맞았지만 2005년 하루 1천번의 스윙과 삭발 투혼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좌투수가 나오면 벤치를 지키는 ‘플래툰시스템’의 수모를 겪으면서도 30개의 홈런을 폭발시켰고, 한신타이거스와 벌인 일본시리즈 4경기에선 홈런 3방, 6타점을 몰아치며 일본 전역에 이승엽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특히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홈런(5개), 타점(10개) 1위에 오르며 ‘한국 최고 거포’로서의 자존심을 세웠다.
그 이승엽이 지난 1일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400호의 홈런을 날렸다. 이어 401호 홈런, 2일에도 4번 타자의 방망이가 투혼의 불꽃을 피우면서 개인통산 홈런 402호를 기록했다. 이승엽의 500호, 600호 홈런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비상할 날도 머지 않았다. 그래도 언제나 겸손한 이승엽 선수! 한국의 자랑이다. 정말 장하다. 훌륭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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