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지역에도 폭우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상세히 알려졌다. 민간이 주최하지만 국가적인 행사인 8·15 평양통일대축전, 외화 획득에 한몫을 해온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 남북이 금강산에서 열기로 한 8·15 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 등을 취소·중단·연기한 게 수해 때문임이 입증됐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북한의 자료를 근거로 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14~16일 내린 집중호우로 549명의 사망자와 295명의 행방불명자, 3천4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2만8천747가구가 사는 살림집 1만6천667채가 완전 혹은 부분 파괴되거나 침수되는 등 주택의 피해 규모도 엄청나다. ‘조선신보’가 이재민 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국제적십자사연맹은 완전 파괴 및 침수된 가구수에 1가구당 가족수 5명으로 곱해 북한의 이재민을 계산해왔다. 이런 계산대로라면 북한에서는 이번 피해로 11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대북 지원단체가 추정한 사망·실종자 1만여명, 수재민 130만~150만명이라는 게 사실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
북한 최대 곡물 생산지인 황해북도를 비롯해 평안남도·강원도·함경남도 등에서 수만 ㏊의 농지가 유실되거나 물에 잠겼다니 그러잖아도 심각한 식량난이 더 심해질 게 뻔하다. 도로, 철도, 다리, 강, 하천, 제방, 전력 공급망, 공공건물 등 사회기반시설도 무너지거나 마비된 곳이 많다고 한다.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는 소문도 있다. 식량, 의약품 등의 부족으로 고생하는 참상이 떠 오른다.
북한의 7·5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조치로 쌀·비료 지원을 유보했으나, 그와 별도로 인도적 차원의 구호지원이 급박해졌다. 인도적 지원은 ‘인도적 위기에 대응해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줄이며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 제공하는 도움’이다. 군사·정치· 이념을 초월한다.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을 투입,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에 참여하기로 한 방침을 인도주의 입장으로 이해한다.
문제는 북한 정권이다. ‘선군 정치’와 ‘강성 대국’을 내세우는 북한이 며칠간의 폭우로 수십만 t의 구호식량이 필요할 정도로 취약한 내부의 ‘치부’를 ‘자력 갱생’이라는 명분으로 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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