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극(荊棘)의 길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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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회는 서울대교구, 광주대교구, 대구대교구, 수원교구, 인천교구, 대전교구, 부산교구 등의 7개 신학교에서 사제(司祭)를 양성한다. 신학교 입학과정은 일반대학과 비슷하지만, 세례 받은 뒤 3년 경과, 견진성사, 본당 및 주교 추천서, 부모 혼인문서, 간염 등 전염성 질환이 없을 것 등의 조건이 추가로 필요하다. 수능과 내신 외에 신약성서, 가톨릭예비신자 교리서, 한국천주교 예비신자 교리서 등에 대한 시험도 치른다. 또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마음대로 가는 것이 아니다. 교구가 지정하는 신학교에 입학한다.신학교 과정은 13~14학기로 운영되며 통상 7년의 학업과 수련과정을 이수한다. 학기 중에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2학년을 마치면 일괄적으로 군에 입대한다. 신학생들은 제대 후 10개월 가량 국내의 사회복지시설과 아시아교회 각지의 현장에서 활동한다.

4학년이 되면 성직자의 예복인 ‘수단(soutane)’을 입는다. ‘수단’은 ‘밑에까지 내려오는 옷’이란 뜻의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는데 성직자의 지위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 사제는 검은색이나 흰색, 주교는 자주색, 추기경은 진홍색, 교황은 항상 흰색을 입는다. 러만 칼라에 앞이 트인 옷으로 30~40개의 단추가 달려 있다. 4학년 때부터 독서직(讀書職)을 부여받아 교회 전례 안에서 정규적으로 성경을 봉독할 수 있게 된다.

5학년에 올라가면서 시종직(侍從職)을 받고, 5학년을 마치고 한 달 동안 대침묵피정을 하게 된다. 자신의 소명에 대해 묵상하는 시간이다.

교구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개 6학년 1학기를 마치고 부제품을 받는다. 부제가 되면 미사 집전과 고해성사를 제외한, 말씀선포와 봉사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사제품은 보통 7학년 1학기를 마친 뒤에 받는다. 올해 사제품을 받은 54명은 모두 이같은 과정을 거친 이들이다.

올 7월7일 현재 한국 천주교회 성직자는 3천969명이다. 여기에는 각 교구 소속 신부를 비롯해 선교회, 수도회,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신부(183명)가 포함돼 있다. 서울대교구 사제서품식은 한국 최초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인 7월 5일을 전후해 매년 열린다. 사제 서품식날은 축일(祝日)이자 형극의 길에 첫발을 딛는 날이기도 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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