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영화 시사회가 열린 날 다른 영화도 시사회를 했다던데 그 영화 재미 있대요? 솔∼직히 우리 영화랑 어느 게 나아요?”
오는 24일 개봉되는 영화 ‘아이스케키’의 아역 배우 박지빈(11)군. 1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쌍꺼풀 없이도 그렁그렁하니 큰 눈과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영화 속 그대로다. 기자에게 오히려 이것저것 물어보는 모습은 여느 어린이처럼 천진난만했다. 다만 영화에 대한 질문에는 기성 배우 못지 않게 진지한 답을 주었다.
2001년 뮤지컬 ‘토미’로 데뷔해 드라마,영화에서 아역배우로 주목받다 지난해 찍은 ‘안녕,형아’로 같은 해 캐나다 뉴몬트리올 영화제에서 세계 영화 사상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그는 이번 영화 ‘아이스케키’에서도 당당히 주연을 맡았다. 조연과 주연의 차이를 묻자 그는 “아직은 조금 나오고 많이 나오는 차이밖에는 모르겠다”고 했다. 우문현답이었다.
1969년을 배경으로 한 ‘아이스케키’에서 지빈군은 서울에 있다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 위해 생애 첫 아르바이트(?)인 아이스케키 장사에 나서는 소년 영래 역을 맡았다. “그 시대를 잘 몰라 내용이 이해 안갈 때도 있었다”고 털어놓는 그는 그 때 살았다면 어떠했겠느냐는 질문에 “더 좋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물건값이 지금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라나. 곧 “농담이고요. 지금보다 가난하니까 고생스럽겠죠”라며 웃어보였다.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한 비결로는 “촬영 한 달 전부터 창(唱)을 배운 게 전라도 사투리에 익숙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안그랬으면 드라마 ‘황금사과’ 때문에 배운 경상도 사투리랑 섞여서 헷갈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 비슷한 나이의 두 소녀 팬이 사인을 받겠다며 다가왔다. “멋있는 사인이 아닌데…”라며 쑥스러워했지만 금세 능숙하게 사인을 해준다. 그는 “처음 데뷔했을 땐 사람들이 알아보는게 제일 좋았는데 지금은 배울 게 많아서 연기가 좋다”고 말한다. “매번 캐릭터가 다르잖아요. 여러가지 역할을 통해 미래를 엿보는 것 같아요. 형이 아프다거나 아버지가 없다거나 하는 걸 연기하면서 가족 사랑을 느끼고,친구와 나오는 장면에서는 우정을 배우는 점도 좋고요.”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우는 연기를 꼽는다. “원래 잘했는데 ‘완전한 사랑’ 때 앞니가 빠져서 울어도 웃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은 다음부터는 컴플렉스가 됐어요. 시나리오가 정해지면 엄마한테 우는 연기 있는지부터 물어봐요. 근데요,우는 연기 없는 배역은 한 번도 없었어요.”
내년이면 중학생이 될 지빈군은 요즘 액션영화에 푹 빠져있다. 성룡과 스티븐 시걸 영화가 가장 좋다고. ‘비열한 거리’를 꼭 보고 싶었는데 못봤다면서 “조인성 형 어떻게 나와요? 실제로 보면 키 커요?”등 질문을 또 쏟아낸다. 커서 가수가 되고싶고,축구선수도 해보고 싶지만 무엇보다 “안성기 선생님처럼 선한 이미지의 배우가 되고 싶다”는 지빈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겠느냐고 묻자 “착하게 살면 되죠?”라며 어린이다운 답을 내놨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