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간섭, 핵 실험

“개혁 성격을 변질시키고… 극우 보수세력의 꼴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쪽 진보세력의 비난이 아니다. 근래 있었던 저쪽 평양방송의 힐난이다.

요즘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저쪽 사람들 음해의 입방아 대상에 올랐다. 6월항쟁 19주년 기념식에서 “민주화 세력이라는 것을 더 이상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다니지 않겠다”고 한데 대해 개혁에서 후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방송했다. 남북관계, 전교조, 사학법 등 정책 발언에도 “한나라당과 타협하는 등 변질 과정을 보이고 있다”고 트집잡았다.

이 방송은 북녘 주간지 12일자 통일신보에 실린 ‘민심을 잃는 것은 자멸의 길이다’란 제하의 논평 전문을 소개한 것이다. 평양방송은 이러면서 김 의장을 가리며 “북남 관계를 6·15 이전 시기로 되돌려 세우려는 반민족 반통일적 범죄행위를 한다”고 몰아 부쳤다.

당사자인 김 의장은 실로 가당치 않는 논리의 비약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옆에서 보아도 말이 되지않는 어거지 소리란 판단을 갖는다. 이러다간 김 의장이 근래 재계와 노동계에 공 들이는 뉴딜정책도 자본에 영합하는 반개혁행위라는 비난을 할 공산이 높다.

말 같지 않는 저 사람들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저들이 남남 갈등의 조장을 위해 얼마나 혈안이 되고 있는가를 가름하기 위해서다. 이쪽 사회의 분열을 이른바 ‘남조선 혁명의 성숙’으로 보고 있는 것이 조선로동당 대남전략의 기조인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내정 간섭이란 사실이다. 이미 여러 경로로 남북간에 서로의 체제를 인정키로 했다. 지난번 남북장관급부산회담에서도 같은 말이 있었다. 내정간섭은 이런 합의사항의 위배다.

이쪽에서는 관계 악화를 고려해 세계가 문제삼는 저쪽 인권 문제에 입을 다물고 있다. 한국전쟁 도발의 책임도 따지지 않고 있다. 납북자 문제도 미루고 있다.

이런데도 저쪽은 틈만 나면 비방 일관으로 대남 내정 간섭을 일삼는다. 이래도 저쪽 사람들을 두둔하는 이쪽 사람들이 있다. 저쪽 사람들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런 감상적 허점이다. 절대 불변의 전략에 무한 가변의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평양 정권이다. 이젠 지하 핵 실험설까지 나오는 판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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