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노(召西奴)는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朱蒙· 동명왕)의 부인이다. 유교사관의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고구려 최초의 왕비가 있었다는 사실만을 단순하게 기록했지만, 단재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소서노를 “조선 역사상 유일한 창업 여대왕”이며 “고구려와 백제 두 나라를 세운 이”로 높게 평가했다.
소서노는 압록강변 졸본부여 계루부족장 연타발의 딸이었다. 그는 혈혈단신으로 망명한 8세 연하의 주몽을 만난 뒤 자신의 재력을 바탕으로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기원전 18년 주몽의 친아들 유리가 찾아와 태자가 되자 자신의 아들인 온조(溫祚)와 비류(沸流), 그리고 백성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와 위례성(慰禮城·한강유역)에 백제를 건국했다.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두 나라를 세운 여걸이었다.
유화(柳花) 부인은 주몽의 어머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연애결혼을 해 아버지의 미움을 샀다. 천제(天帝)의 아들 해모수(解慕漱)의 아이를 임신한 뒤 아버지인 하백(河伯)한테 쫓겨났다. 주몽이 고구려를 세운 뒤엔 국모로 숭상 받으며 고구려가 망할 때까지 호국신으로 떠받들어졌다.(강영경, ‘벽화를 통해서 본 고구려 여성의 역할과 지위’).
고구려 여성들은 전투력의 상징인 말을 즐겨 탔다는 풀이가 있는데, 유화 부인도 말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다. 이규보 ‘동국이상국집’ 동명왕편에서는 유화부인이 부여를 탈출하는 아들(주몽)에게 준마를 직접 골라준다.
우리나라는 한 많고 수동적인 여성상을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보려는 시각이 많지만 그러나 고대 여성들은 강인한 힘과 생명력과 포용력을 품고 있었다. 소서노처럼 활을 다루고 말을 타는 등 무예에도 능했을 뿐 아니라 재물을 모은 창고도 갖고 있었다. 중국 현지에 지금도 남아 있는 오녀산성(졸본성)만 보더라도 다섯명의 여성이 적군 500여명을 물리친 뒤 이름이 붙여져, 고구려 여성들의 기개를 입증한다. 전설과 상상력을 가미해 실제 역사와는 차이가 있는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맞서 방영되는 TV 드라마 중 소서노가 등장하는 MBC의 ‘주몽’이 재미를 더해 준다.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SBS의 ‘연개소문’ 또한 그러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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