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이창남, 브레이크 없는 포토열정

美대륙 바이크 드로잉전 / 사진으로 담은 route 66도로 양평 전시

낡은 모텔과 맹독의 전갈, 시간이 멈춘 듯 한적한 마을. 여기다 중간 중간 자취를 남긴 무성한 잡초가 황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1926년 자동차시대와 함께 미국 동부와 서부를 연결했던 ‘루트(Route) 66’. 시카고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4천㎞에 걸쳐 미 대륙 8개 주를 관통하는 장대한 도로다.

지금은 ‘인터 스테이트 하이웨이’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인적조차 뜸한 도로로 전락했다. 그러나 황폐한 토지를 버리고 낡은 트럭에 초라한 가재도구를 싣고 희망의 도시 캘리포니아로 떠났던 오클라호마 농민들이 거쳐 갔던 꿈의 실크로드였다. 여기다 영화 ‘이지 라이더’의 무대로 마리화나를 팔아 거액을 챙겨 목적지도 없이 방랑했던 두명의 히피가 펼치는 모험과 무지, 편견, 폭력을 통해 60년대 미국사회의 일그러진 현실을 담담히 펼쳤던 배경을 제공하기도 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대형 할리 데이빗슨을 타고 라이카 카메라 2대를 목에 매단 사진작가 이창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창남은 검붉은 불꽃을 내뿜는 할리를 몰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다음달 20일까지 양평 사진갤러리 와에서 열리는 ‘바이크 드로잉과 기록’은 이창남의 여행기이자 이방인이 바라본 미국인들의 삶의 궤적이다.

10일동안의 동서대륙 횡단은 시간 시간이 드라마의 연속이다. 때아닌 우박 세례를 받기도 하고, 갑자기 뛰어든 황소 출연에 돌발상황도 일어났다. 꿈을 좇는 여러 나라 라이더들과의 만남, 40℃가 넘는 아스팔트의 후끈 달아오른 열기까지.

김진숙 갤러리 와 디렉터는 “그의 작품은 인간 사고 너머의 무한한 상황을 향한 시각의 연장과 자유를 보여준다”며 “자신의 몸을 바이크에 실고 대륙의 광활함을 체험하며, 원초적 감각을 발산했다”고 평했다.

작가는 80~90년대 잘 알려진 누드사진 작가였고 국내 최초로 외국 모델을 앞세워 해외 로케 촬영을 감행했던 인물이다. 문의(031)771-5454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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