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차(茶)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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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의 약성(藥性)은 순하고 독이 없으며, 장풍(일종의 치질)과 사혈(썩은 피)을 멎게 하고, 설사 후 갈증이 심할 때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는데 졸음이 온다. 사풍(일종의 피부병)에는 볶아서 먹거나 차(茶)처럼 달여서 무시로 마시면 낫는다.”

조선시대 명의(名醫) 허준(許浚·?~1615)이 저술한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 목근조에 기록돼 있는 내용이다. 현대에 와서 무궁화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뿌리껍질에는 탄닌산, 꽃에는 사포닌, 종자에는 말발산, 세루쿨산 등이 들었다고 한다. 한방에서 무궁화의 줄기와 뿌리는 청열약(열을 내리는 약)으로 쓰이는데 이질· 탈항· 옴· 치질· 무좀의 치료에도 이용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무궁화 잎을 따서 나물이나 국으로 조리해 먹었다. 무궁화가 차나 약재 떡 등으로 쓰였다는 기록은 도처에서 찾을 수 있다. 동양 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오래 전부터 무궁화를 식용으로 활용했다. 유럽과 중국에서는 100여년 전부터 잎과 꽃을 차로 우려내 마셨으며, 일본에선 궁중요리의 향신제로 무궁화 꽃봉오리를 익혀 사용하기도 했다.

무궁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유명했다. 중국에서는 아름다운 여인을 무궁화에 비유했고, 서양에서도 이집트의 아름다운 신 ‘히비스’를 닮았다 하여 무궁화의 학명을 ‘히비스커스 시리아커스’라고 붙였다. 그 이전엔 알테아 로지아(Althea Rosea)로 불리기도 했다. 알테아는 그리스어로 ‘치료하다’는 의미이며 로지아는 장미를 뜻한다.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치료효과도 지녔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무궁화 차를 만들려면 꽃이 피기 전 맑은 날을 골라 채취한 다음 꽃술은 버리고 그늘에 잘 말려 보관해야 한다. 차 재료를 15~20g씩 500㏄의 물에 넣어 은근한 불에 달여 하루 세 번 마신다. 꽃을 약간 볶아 가루를 내 마실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끓인 물 1잔에 한 숟갈씩 넣어 마시면 좋다. 식성에 따라 설탕이나 꿀을 타서 마시면 더욱 좋다. 무궁화차를 꾸준히 마시면 이질, 하혈에 특효가 있고 이뇨작용도 돕는다. 대장염, 설사에 유효하고 중풍 예방에도 좋다. 만병통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웰빙시대를 맞아 무궁화차가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을 것 같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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