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태양을 일주하는 덴 365일5시간48분46초 걸린다. 일 수를 뺀 시간 단위의 단수를 모아 만드는 것이 윤일(閏日)과 윤달이다.
태양역은 4년마다 한 번 2월을 29일로 하루를 윤일로 정해 늘린다. 태음력은 평년을 354일로 정하기 때문에 5년에 두 번의 비율로 1년을 13개월로 하여 계절과 역월(曆月)을 조정한다. 그런데 윤달은 음력 5월에 가장 많고 동지섣달엔 없다. 남의 빚돈 떼어먹는단 말로 ‘윤동짓달 초하룻날 갚겠다’는 속담이 이래서 나왔다. 이런 날짜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핸 음력으로 윤달이 든 해다. 7월이 윤달이어서 지난 24일 두 번째 7월1일이 시작됐다. 윤달을 ‘여벌달’ ‘공달’ ‘덤달’이라고도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란 책은 연중 행사며 풍습을 설명한 고서다. 조선조 순조 때 홍석모라는 이가 편찬했다. 이 책자에 윤달 풍습이 기록된 게 전래 풍습과 같다고 한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달엔 이것 저것을 가리는 생활풍습이지만 윤달엔 뭘 해도 통티가 안 난다는 것이다.
예컨대 윤달이 아니면 집안에 못을 쳐도 방위를 봐야하고, 집수리나 이사도 날을 가려야 하고 산소를 손보거나 이장을 하는것도 까다롭고, 혼사도 택일을 해야하지만 윤달엔 아무 날이나 마음대로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노인의 수의(壽衣)를 만들어두는 것도 윤달에 하면 좋다는 것이다. 동국세시기엔 ‘윤달에는 무슨 일을 해도 꺼리지 않는다’고 적혔다고 한다.
기전(畿甸·경기도) 지방에서는 ‘윤달에 세 번 절에 가면 모든 액이 소멸돼 복이 온다하여 명산대찰을 찾는 부녀자들이 많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이런 저런 풍습을 지금 세상에선 믿어도 좋고, 안 믿어도 좋지만 분명한 것은 계절의 흐름이다. 엊그제까지 삶아대던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는 달라져 가을의 문턱을 실감케 한다. 인간의 세상사는 분분해도 대자연은 흐트러짐이 없다. 올 추석은 추분(秋分)을 지나 한로(寒露)를 이틀 앞둔 오는 10월6일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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