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특히 여성 아나운서의 연예인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뉴스를 전달하는 당초의 영역에서 각종 오락프로그램 등 진행으로 보여주는 변신의 면모가 활발하다. 섹시한 화보의 모델로도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스 코리아 진으로 뽑힌 김주희 SBS 아나운서의 비키니 차림을 두고 KBS와 MBC 일부에서 아나운서의 정체성을 제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KBS나 MBC의 사정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여성 아나운서의 탤런트, 즉 연예인화는 일종의 추세다. 일본이나 미국같은 데서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나온 신조어가 ‘아나태이너’(annotainer)다. 아나운서(announcer)와 연예인인 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합성어인 것이다. ‘탤런트 아나운서’란 말이 원래 있긴 있다. 특정 방송사 직원이 아닌 자유계약의 아나운서로 프리랜서다. 지금도 프리랜서인 ‘탤런트 아나운서’가 있지만 이들이 맡는 프로그램이 보도성 보단 대부분이 토크쇼나 연예프로인 점에서 역시 ‘아나태이너’ 들이다.
탤런트(talent)의 어원은 그리스어인 탤랜턴(talanton)으로 저울에 속하는 천평(天秤)을 뜻한다. 그런데 저울의 중량단위 개념이 화폐단위로 변하면서 중세기 말엔 재능이란 의미로 또 달라졌다. 돈 버는 재능을 뜻했던 탤런트가 오늘날 고소득자인 텔레비전 연기자들을 말하는 탤런트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좁은 의미의 탤런트는 연기자에 국한하지만, 재인(才人)의 뜻을 크게 본 넓은 의미에선 인기있는 방송출연자는 다 탤런트다. 따라서 탤런트는 인기를 방송의 생명으로 하고 인기는 팬이 가름한다. 팬(fan)은 라틴어의 ‘패낵티커스’(fanaticus)에서 유래한 것으로 고대 신전에서 열광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영어화하면서 광신자란 말로 패내틱(fanatic)이 됐다가 절미어(切尾語)인 팬(fan)이 된 것이다. 이러므로 팬이 없는 탤런트는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설 입지가 좁다.
아나운서의 탤런트연예인화도 마찬가지다. 이의 신조어인 ‘아나태이너’ 역시 팬을 의식한다. 시청률을 다투는 방송에서 방송가 일각이 아나운서와 연예인의 품격을 애써 달리 해보이려는 건 허구다.
/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