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 축제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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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는 영국의 국화(國花)로 유명하다. 매년 각 도시마다 크고 작은 장미 축제가 열린다. 가장 큰 축제는 1876년부터 열리고 있는 햄턴코트 궁전 장미축제다. 매년 새로운 종(種)의 장미들이 쏟아져 나와 다양한 빛깔과 모양을 뽐내며 품종 경연대회를 열기도 한다.

중국은 아직 국화가 없다. 국화를 둘러싸고 매화와 모란이 1980년대 이후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중국을 상징하는 꽃은 모란 쪽에 약간 기울어 있는 듯 싶다. 중국인들은 옛날부터 모란(牡丹)을 ‘만화일품(萬花一品)’이라 불러 왔다. 당나라 문인 구양순도 “낙양 흙은 꽃에 가장 어울려 모란이 세상에 제일”이라고 극찬했다. 별칭이 모란성(牡丹城)이기도 한 낙양에선 1983년 첫번째 낙양 모란꽃축제를 연 이후 해마다 모란축제를 펼친다.

16세기 말 해상무역을 선도했던 네덜란드 상인들은 동양의 한 구근(球根) 식물에 흠뻑 반했다. 튤립 하나에 집 한 채 값이 오가는 등 ‘튤립 투기’ 바람이 일기도 했다. 현재 네덜란드는 매년 20억 송이의 튤립을 전세계에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1949년 이래 매년 3월 하순에서 5월 중순 사이에 퀘켄호프 지방에서 네덜란드 최대 튤립축제가 열린다.

일본은 법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황실의 상징인 국화(菊花)와 더불어 벚꽃을 나라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춘분 무렵 벚꽃이 북상한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 일본인들은 ‘하나미(花見·꽃구경)’에 마음이 설렌다. 4월 하순에서 5월 상순에 일본 제일의 히로시키((弘前) 벚꽃 축제가 열린다.

우리나라에선 강원도 홍천군이 전국 제일의 무궁화 고장이다. 홍천군은 일제 강점기 한서 남궁억 선생이 무궁화 묘목을 전국에 보급하면서 ‘무궁화십자당(無窮花十字黨)’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항일운동을 한 곳이다. 홍천군이 1978년부터 한서문화제를 만들어 무궁화사진전·무궁화전시회·무궁화그리기대회·무궁화백일장 등을 개최한다. 한서공원·무궁화동산·무궁화양묘장 등이 있는데 27년 동안 군내 도로변 등 120㎞에 100만 그루의 무궁화를 심었다. 매년 6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 온다. 그야말로 ‘무궁화 천국’이다. 무궁화동산에서 동상(銅像)으로 계신 남궁억 선생께서 이젠 미소를 지으실만 하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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