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상속에서의 외손, 친손의 구분도 없고, 딸 아들의 차이도 없었던 것이 조선이었다. 지금과는 달리, 사위와 평생 함께 살거나, 가까이에 집을 얻어주는 것도 흔했다. 놀랍기만 한 이 ‘새로운 전통의 풍경’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역작(力作) ‘조선의 재산상속 풍경’의 저자(김영사 펴냄)인 소설가 이기담 여사는 그 의문을 여러 사대부가(家)의 ‘분재기(分財記)’를 통해 풀었다. 분재기는 자손이나 기족에게 나눠 줄 재산을 기록한 문서로 ‘분재기에는 혼인한 딸이나 어미 잃은 외손에게도 똑같이 재산을 나눠주던 선인들의 정신이 있다’고 했다. 저자는 이를 ‘지극한 자식 사랑이나 애틋한 형제애와 같은 드라마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조선시대엔 외손에게도 분재된 재산 상속의 개방적 탄력성에 비하면, 비록 딸에게도 상속권이 있는 것으로 개선되긴 했으나 현대사회의 재산 상속은 아직도 폐쇄적 경직성을 면치 못했다 할 수가 있다.
저자는 특히 역사소설 분야에 개성있는 민족사관의 일가견을 이룬 것으로 정평이 난 작가다. 얼마전 방송이 시작된 MBC-TV ‘주몽’, KBS-TV ‘연개소문’ 그리고 지난 1일 첫회가 방영된 ‘대조영’에 앞서, 이미 수년 전 ‘소서노’(전 2권) ‘발해시황 대조영’(전 3권) 등을 출판, 전인 미답의 고대 북방사를 작품화하는 데 앞장 섰다.
작가는 이를위해 만주지역의 고구려 및 발해 유적지와 요동반도를 수차 탐사하는 고행을 감수했다. ‘꿈꾸는 자는 죽는가’(전 2권)에선 망해가는 명나라와 신흥 세력의 청나라간 북방외교에서 철저히 국익을 추구한 광해군의 영명성이 당쟁으로 희생되는 과정을 리얼한 필치로 새롭게 조명했다. 이외에 고려 공민왕을 미완의 개혁군주로 본 ‘공민왕과의 대화’는 시공(時空)을 함께하는 가상 인터뷰의 독특한 형식을 정립해 보였다.
이런 향토 작가가 조선시대의 재산 상속을 섭렵한 다큐멘터리를 단행본으로 낸 것은 역사소설과는 또다른 노작(勞作)이다. ‘조선의 재산상속 풍경’은 이황, 이언직, 김종직 등 거유(巨儒) 등을 사례로 든 고증으로 일관해 가히 연구논문수준급으로 자료가 풍부하면서도, 작가 특유의 필치로 흥미있게 엮은 것이 특징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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