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된 왕조국새

나라의 도장인 국새는 국권의 상징이다. 국새를 지녀야 왕권 계승의 정통세력으로 인정됐다. 이 때문에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국새부터 챙겼다. 국새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조선 고종31년(1894년) 갑오경장이 일어나고 나서다.

대외적으로는 청나라와의 사대관계를 청산하고 대내적으로는 서구식 정치 도입과 함께 반상(班常) 제도를 철폐한 국가사회의 일대 개혁이 갑오경장이다. 그 이전엔 외교문서에 사용하는 국새는 고려 때부터 중국의 역대 황제들이 만들어 보냈다. 1392년 조선을 세운 태조는 고려 국새를 명나라에 되돌려주면서 새 국새를 청했으나 명나라는 늑장을 부리다가 태종3년(1403년)에야 ‘朝鮮國王之印’(조선국왕지인)이란 황금 인장을 보내왔다.

갑오경장 후에는 청나라에서 보낸 국새를 폐지하고 ‘大朝鮮國寶’(대조선국보)와 ‘大朝鮮大君主之寶’(대조선대군주지보)를 만들어 사용했다. 1897년 대한제국이 수립되면서는 ‘大韓國璽’(대한국새) ‘皇帝之璽’(황제지새) ‘大元帥之寶’(대원수지보) 등을 만들어 썼다.

그런데 역대 왕조의 이런 국새가 모두 분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을 비롯한 관련 기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분실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갑오경장 이후의 ‘大元帥之寶’ 등은 약 10년 전만 해도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도 행방이 묘연한 모양이다. 역대 왕조 국새들이 언제 어떻게 없어졌는지 분실 경위조차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간 국새 분실설은 분분했으나 이처럼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참으로 수치스런 일이다.

국새는 대한민국에도 있다. 1948년 건국 이듬해 5월 사방 6㎝의 정방형 인형에 ‘大韓民國之璽’(대한민국지새)라고 새긴 국새를 만들었다. 국새 규정을 고쳐 사방 7㎝의 정방형 인형에 한글로 ‘대한민국’ 전서체 넉자를 가로로 새겨 써 오늘에 이른 것은 1970년 3월부터다. 조선 왕조시대엔 승정원에서 관리하던 국새를 지금은 행정자치부가 보존 관리하고 있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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