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 ‘안방정치’

고관(高官)의 공적 저택이 공관(公館)이다. 공관을 찾는 많은 손님 중엔 사적 용무도 있고 공적 용무도 있을 것이다.

수원시 화서동 팔달산 자락에 경기도지사 공관이 있다. 도지사 공관 역시 이런저런 많은 손님이 찾을 것이다. 그런데 공적 용무인지 사적 용무인지 모를 손님들이 있다. 오늘 낮에 예정된 도내 한나라당 원내·외운영위원장 부인 40여 명의 오찬모임이다. 오찬 초대는 도지사 부인이 했다. 민원청취, 여성단체운영 등 의견 수렴이 목적이라는 도 관계자의 설명이 있었다고 보도됐다.

글쎄, 도지사 부인이 굳이 그런 의견 수렴을 해야 하는 것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그도 내조인지도 또한 보는 이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한나라당에 국한하지 않고 열린우리당 원내·외운영위원장 부인들도 초대해 간담회를 가질 모양이다. 그런데 도내 시장·군수 부인들은 벌써 지난 7월초 공관 초대 모임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도지사 부인의 안방정치가 꽤나 활발한 것 같다. 궁금한 것은 그 많은 손님들의 접대 비용이다. 도지사가 월급받은 돈으로 손님을 치렀으면 깨끗하다. 그러나 만약에 업무추진비로 치렀으면 아니다. 업무추진비는 도지사직 업무추진비다. 도지사 부인직 업무추진비가 있다고는 믿기지 않는다. 공관 운영비가 있다고 해도 또 그렇다. 공관 운영비는 일상의 비용이다. 도 예산으로 지출될 수 있는 손님 접대비는 어디까지나 공식모임이다. 도지사 부인이 초대하는 손님 접대를 공식모임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도지사는 “예산을 단 1원도 헛돈은 안쓴다”고 했다. 설마 부인의 안방정치 내조에 도 예산을 갖다 썼을 것으로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그래도 궁금해 한다.

혹시 공관 운영비로 모든 손님, 즉 공사를 막론한 공식·비공식 모임의 손님에게 다 쓸 수 있도록 예산이 짜였다면 그런 공관 운영비는 마땅히 공개돼야 한다.

도지사 부인이 공관에 손님을 대거 초대하는 집단 모임은 전례가 없었던 일이어서 새삼 짚고 넘어가는 전례없는 이런 얘기가 나오게 된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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