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별나서인 지 살기가 힘들어서인 지 희한한 도둑이 다 있다. 학교 정문에 교명을 붙인 구리 명판을 떼어가는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는 모양이다.
지난 여름방학기간 동안 도내에서는 군포 시흥 등지에서 20여개교의 명판이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도 7개교가 명판을 도둑맞았다고 한다. 아마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명판 도난이 또 있을 것이다.
구리 명판을 떼어가야 많은 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학교의 구리 명판을 만들려면 구리값만도 약 30만원이어서 교명 새기는 공력 비용을 합쳐 50만원 가량이 든다. 하지만 도둑이 갖다 팔려고 하면 구리값도 제대로 안쳐준다. 기껏해야 몇 만원이다. 고물상이 장물인 약점을 악용하여 헐값에 사들인다는 것이다.
남의 집 철대문도 뜯어가 판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가족들이 외출하여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철대문을 뜯어간다는 것이다. 누가 왜 뜯느냐고 하면 새철대문으로 바꿔달라는 주문을 받았다면서 태연히 뜯는다는 것이다. 정말 눈 감으면 코 베어갈 세상이다.
그러고 보니 전선도둑도 있었다. 인적이 드문 들판에서 멀쩡한 전깃줄 동선을 절단해 거둬가 팔아먹는 것이다. 근래에는 맨홀 철제 뚜껑도 도둑질 당하기가 일쑤다.
가을이 짙어간다. 좀 있으면 추수기의 들곡식 도둑이 또 걱정된다. 고추 같으면 빨간 고추만 따가는 게 아니고 뿌리 째 뽑아 타이탄 트럭에 싣고 도망가기가 예사다. 가마니 곡식은 훔쳐도 멍석 곡식은 안 훔친다고 했는데 멍석에 깔아 말리는 벼도 훔쳐가는 것이 요즘의 곡식도둑이다.
보릿고개 시절에도 없던 이런 도둑 등쌀에 추수기가 되면 농민들의 걱정이 여간 아니다. 인삼밭 같은데선 아예 삼포집 주인이 불침번을 서기도 한다.
이런 판에 교명 구리 명판을 떼어가는 신종 도둑이 또 생긴 것이다. 명판을 도둑맞은 학교에서는 도둑이 겁나 아예 구리 명판에서 대리석 명판으로 바꿔 단다고 한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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